나라가 온통 월드컵 축구로 들썩거린다. 박찬호 15승의 신화에 사

로잡혀 있던 사람들은 이제 월드컵 본선진출의 꿈에 휩싸여 있다.

축구경기가 잡혀있는 시간의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한산하다. 득점

을 하거나 골을 넣을 뻔한 순간엔 온 나라가 동시에 함성을 지른다.

정말이지 스포츠는 위대하다. 온 국민을 하나의 광적 열기 속에 몰

아 넣는다.

광적 열기에 휩싸인 것은 국민만이 아니다. 방송도 역시 후끈후끈하

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가 있던 지난 4일밤, 방송3사 톱뉴스

는 단연 ‘황금의 4연승’이었다. KBS는 전체 23개 뉴스아이템 중 무

려 9개를 월드컵 예선전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

관련뉴스 방영시간도 경기를 중계한 MBC측보다 길어 거의 20분간

이나 됐다. 이렇듯 과다하게 편성된 KBS의 승전보 뉴스는 중계권을

둘러싼 MBC와의 신경전을 반영한다.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월드컵 등 국제적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방송사간의 싸움도 고조된다. MBC는 KBS가 28·

29 양일간 월드컵 축구 한일전 승리소식을 보도하면서 자사의 독점계

약화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화면사용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KBS는 지난

6월 MBC가 아침뉴스에 벤 존슨과 마이클 베일리의 1백50미터 육상경

기 독점중계를 사전양해 없이 사용했다며 중계사인 API를 통해 사용

료 지불을 요구한 바 있었다.

한편 방송사들은 서로 상대사가 단독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과다한

외화를 지출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KBS는 MBC가 이번 월드컵 예선

전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자체발표액 50만달러의 두배가 넘는 1백10

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폭로했으며 MBC는 KBS가 박찬호 경기중

계를 위해 발표액의 두배인 68만 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이건간에 방송사간의 중계권 다툼은 제살깎아

먹기임에는 틀림없다. 방송사간의 다툼은 불필요하게 중계료를 인상시

키고 외화의 낭비를 초래한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국민의 이상열기에 편승해 한몫 챙겨보려는 방송

사의 상혼은 더욱 문제다. 전파는 원래 국민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모

든 방송은 그 소유형태가 공영이든 민영이든 상관없이 공공성을 지녀

야 한다. 현재 방송사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공공성’에

부합하는가를 기준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방송사 차원의 공동

계약과 화면사용에 대한 방송사간의 협의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경숙/ 언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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