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문소설 ‘하늘의 음성(The voices of heaven)’ 저자 이매자

민족상잔의 비극 6.25 한국전쟁. 한민족은 남과북으로 나눠졌고,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부모형제를 코앞에 두고 철책선에 막혀 60년동안 애끓는 마음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이매자 씨(72, 사진)는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행복했다고 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전쟁이 불행만을 안겨준 건 아니라고 한다. 전쟁 이후 집안이 세계의 전부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그는 지난 5월 한국전쟁을 여성의 시각에서 조명한 영문소설 '하늘의 음성(The voices of heaven)'을 출간했다. 1970년 미국인과 결혼해 이민을 떠난 그가 10여년에 걸쳐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미 공보관의 초대로 잠시 한국을 방문한 저자 이매자씨를 신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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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소설 'The Voices of Heaven'의 저자 이매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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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여성에게 “밖으로 나가는 문”이 된 한국전쟁

“50년대 이전까지 집밖을 활보하며 돈을 번 여성은 크게 두 부류가 있었어요. 무당이거나 기생이거나. 그런데 전쟁이 터지니 특별히 배우지 못한 평범한 여성들도 문턱을 나서게 된 거죠.”

역사에는 개화기부터 ‘신여성’이 등장한다. 신여성은 외국 문물을 먼저 받아들이고, 독립을 위해 애쓰거나 못 배운 사람들을 깨치는 ‘개화’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소위 배운 여자인 ‘신여성’은 극소수고 대부분은 여전히 단단한 가부장제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상황이 돌변했다. 전쟁터에 나간 남자들 대신 여자들이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야 했고 독립해서 살아가는 계기가 됐다.

“시장에서 나물도 팔고 호떡도 팔고 다방도 열고 여자들이 밖에 나가보니 참 재밌는 거예요. 남편이 죽거나 상이군인으로 돌아온 사람뿐 아니라 건강하게 돌아왔어도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전쟁이 행복했던 이유 “아들이 아니어도 괜찮아서”

“저는 무남독녀 외동인데 형제자매가 12명이나 있어요” 모두 사실이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할 때는 외동이 되고, 삶을 풀어놓을 자리가 되면 12명 중 한 아이가 된다. 이는 매자씨가 ‘아들이 아니라서’ 벌어진 아이러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낳기 위해 첩을 얻었고, 5명의 아이를 낳았다. 스물다섯에 매자씨는 자신이 업동이임을 알게 된다. 친부쪽에는 6명의 형제가 더 있었다. 매자씨는 이란성 쌍둥이였다고 했다. 남녀 쌍생아는 한쪽이 행운을 빼앗아가고 근친상간이 쉽다고 여겨 같이 기르지 않던 풍습 때문에 아이 없는 집 문간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친가쪽엔 아들이 셋이나 됐지만 버려진 건 매자씨였다, 딸이었으니까.

겨우 세 살, 작은 엄마가 생기던 날부터. 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네가 아들이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작은 엄마가 들어온 이후에도 아버지는 엄마를 끔찍이 아끼고 챙겼지만 엄마는 결국 속병이 생겨 쓰러지셨고, 다시 일어난 후에도 이전 같은 건강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매자씨에게 말했다. “네가 아들이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매자씨가 여덟 살 되던 해, 한국전쟁이 나자 서울에 살던 매자씨의 가족은 부산과 가까운 마산으로 피난을 떠났다. 이곳은 전쟁의 포격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학교 다니며 뛰노는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전쟁 탓이기도 했고, 외지이기도 했고 어쨌거나 그곳에서는 아무도 매자씨에게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고, 많은 한국인의 삶을 슬픔과 비극으로 도배한 전쟁이 매자씨에게는 가장 행복한 기억중 하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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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셀렉션

서강대 유학파 1세대, “매자가 돌아왔다”

“유학 보내준다는 말에 솔깃해 갓 생긴 서강대 영문과에 입학했어요. 1965년 미국으로 갔다가 3년 만에 돌아왔는데 서강대 신부님과 교수님들이 쌍수 들고 환영하시는 거예요. 보는 사람들마다 ‘매자가 돌아왔다, 만나봤냐’ 자랑하셔서 한때 유명인사였죠.”

유학 갔다 오는 게 그리 대환영할 만한 일인가 싶지만 당시 서강대로선 큰 이슈였다. 1960년 창립한 서강대는 ‘B학점 이상이면 누구나 유학을 보내주겠다’며 대대적으로 학생을 모집했다. 문교부에서는 ‘우리나라에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이미 여럿인데 굳이 서강대를 만들 이유가 뭐냐, 유학을 보내면 똑똑한 학생들이 다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을 거 아니냐’며 반대가 거셌다. 이매자씨는 서강대에서 유학을 보낸 이들 중 돌아온 첫 번째 학생, 그러니까 모범사례였다.

그런데 귀국 환영의 여파가 오히려 매자씨를 떠나게 만들었다.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던 마이클씨는 “매자가 돌아왔다”는 일화를 수차례 듣고 누구인지 궁금해져 수소문해 찾았고, 매자씨의 남편이 돼 1970년 미국으로 함께 떠났다.

한국이 변하지 않은 건 공고한 유교의 자취 “‘어머니’와 명품 그리고 자존감”

타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긴 그에게 한국이 무엇이 많이 달라졌냐고 물으니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했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잣대, 그러니까 성별이나 나이 등의 구별이 엄격하고 남을 의식하는 가치관은 세월이 가도 여전한 것 같다고.

칠십줄이 넘었어도 또렷한 눈동자와 힘이 넘치는 그는 나이를 잣대로 삼는 방식이 몹시 불편하다고 했다. “물건 살 때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 말을 들으면 ‘내가 한국에 왔구나’ 실감해요. 미국에선 남녀뿐 아니라 나이 차별도 금지돼 있습니다. 50대하고 20대하고 같은 직장을 지원했는데 더 자격 요건이 나은데도 나이 들었다고 떨어뜨리면 고소감이죠. 유연한 건 나이랑 관계가 없고 개인차예요. 어려도 틀이 일찍 고정된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어도 새 아이디어를 탁 던지면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 하고 따라가고 오히려 존중하는 사람이 있어요.”

한국이 명품을 밝히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했다. “명품을 찾는 건 남한테 나를 높고 세련된 인간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쇼예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건데 우리나라는 배운 사람들이 많은데도 왜 이걸 못 바꾸나 모르겠어요.”

여성 얘기가 나오자 그는 목소리톤이 한층 높아졌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인데 1989년 한국의 가정법, 이혼법, 유산법 등 여성에게 불리한 법이 다 개정됐다며 우리나라 여성사를 줄줄 읊었다. 매자씨는 “미국은 중책을 맡은 여성이 45%, 멕시코는 24%인데 한국 여성은 여전히 5%밖에 안 된다”며 경제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젠더 불평등을 지적했다. “여성들이 남자 못지않다는 자존감을 갖고 자아실현을 해야 해요. 열등의식을 벗고 스스로 자신을 갖지 않으면 누가 해주나요. 우리 세대는 이미 바꾸기 어렵지만 요새 적극적인 젊은이들을 보면 희망이 보여요.”

일본군 위안부, 양공주 등 여성사의 입체적인 조명 필요해

소설 ‘하늘의 음성’은 처음 자서전을 구상했다가 10년의 시간을 거쳐 소설로 완성됐다. “줄거리의 뼈대는 다 사실인데 심리적인 부분은 얼마만큼 일치하는지 지금도 알 길이 없어요. 각자 인물들의 시각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스토리인데 10년 동안 얼마나 많이 곱씹고 곱씹었겠어요. 덕분이 내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미국과 한국의 대학들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매자씨는 창작을 꿈꾼 적은 없었다. 처음 글을 쓰기로 한 건 단지 어머니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3년 전 위안부 역사관에 갔다가 다른 꿈이 생겼다. 위안부, 양공주 등 여성사에서 묻혀있던 스토리들을 꺼내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보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극적인 문제예요. 역사는 자기 관점에서만 보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내 삶을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위안부 문제도 단지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만 보지 않고 연관된 모든 사람의 시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매자씨는 얼마 전 자신의 소설 번역을 직접 마쳤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하와이에서 20년 전 위안부에 관한 소설을 쓴 작가 노라옥자 켈러를 만나기로 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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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소설 'The Voices of Heaven'의 저자 이매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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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이매자.

1943년생. 서강대 영문과 졸업, 세인트루이스대학 영문학 석사. 미국 유학 후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던 마이클 디바인 씨와 결혼한 뒤 1970년 다시 미국으로 갔다. 해리 S. 트루먼 대통령 박물관장인 남편과의 사이에 3남 2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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