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이해 강사 활동, 다문화여성연합 카페 운영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내이자 엄마 되고 싶어

 

돌람한드씨 (몽골)
돌람한드씨 (몽골)
2003년 4월, 무지개 나라에 와서 따뜻함을 느끼다

몽골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처음 만난 사람을 허물없이 대하면 좋은 사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신랑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어린 조카들이 스스럼없이 신랑 주위를 둘러싸고 이 것 저것 물어가며 음식을 건네주는 모습을 보고 나는 남편이 진실 된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무지개(솔롱고스)의 나라’에 오게 되었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무지개 나라라고 부르곤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타국으로 온 나는 미래의 삶에 대한 동경과 기대, 설렘이 가득했다.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온 시댁 식구들이 “형수님, 어서 오세요”하며 내 손을 잡고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따뜻한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 사랑하는 내 아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나는 아버지‧오빠‧언니들이랑 살았다. 막내였던 나는 유난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이제 나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겪은 그리운 마음은 사랑하는 두 아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빛나고 있다. 

큰 아들 승진이는 초등학생 2학년으로 한참 장난꾸러기지만 동생을 잘 봐주고 모든 씩씩하게 도전한다. 가끔 난 승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몽골에는 ‘으, ㅇ 받침, 의’ 발음이 없다. 그래서 예를 들어 ‘코브라 ,의자, 강낭콩’을 받아쓰기 연습을 할 때 발음이 안돼서 헷갈려 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승진이가 ‘엄마가 발음을 이상하게 해서 틀렸다’고 화를 내기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이 발음은 이렇게 읽어야 되는 거야.’ 하고 오히려 자상하게 알려준다. 

-자랑스러운 나의 한국 생활, ‘다문화여성연합’카페를 만들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 하나가 “멀리 시집와서 친정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많이 힘들고 외롭죠?” 하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항상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낯선 곳에서 살게 된다면 처음에 언어나 음식 등 문화적인 면에서 적응하는 것은 시간 걸리겠지만 힘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하고 배움으로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시장에 가서 혼자 물건도 살 수 있고, 아이한테 동화책도 읽어주고, 학교나 유치원에서 몽골문화에 대해 소개 하는 다문화 이해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수업하는 날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듣고 이해해주니 너무 뿌듯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선생님!” 하며 이런 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다. 예를 들어 “선생님, 말 잘 타세요? 몽골 사람들은 무엇을 먹어요? 겨울에 많이 추워요” 하며 궁금한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강사활동을 함으로서 자신감도 생기고 도전하고 싶은 용기도 생겼다. 2008년에 결혼이민자 한국 노래자랑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고,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당당히 합격했다. 꿈도 많아졌다. 법률사무실, 센터 등에서 몽골어 통․번역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졌다. 이주여성이기 전에 내 자식들의 엄마로서 내 가족들과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앞으로 살아갈 길의 방향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때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카페로 많은 이주여성들에게 정보를 알려줘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함께 2011년 8월 31일 ‘다문화여성연합’ (http://cafe.daum.net/mcwom)이라는 카페를 만들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복지관 등 기관이 많아졌기 때문에 정보만 잘 알고 있으면 한국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정보 올리는 것은 내가 꼭 해야 할 일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결혼이주여성이거나 가정형편 상 컴퓨터가 없는 경우, 컴퓨터 사용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어 아쉽기만 하다. 인터넷을 통해서 본국에 있는 식구들이랑 메신저 하거나  고향소식도 들을 수 있고, 한국 음식도 배우거나 아이들 양육 및 교육 관련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열심히 활동한 덕분일까. 전국다문화가족지원네트워크 대회에서 장관상도 받게 됐다. 앞으로 나는 지금 한창 성장 중에 있는 아이들에게 존경스러운 엄마, 남편에겐 자랑스러운 아내가 되고 싶다. 대한민국 엄마들과 언어와 문화 차이가 있을지언정 한국 엄마들과는 다를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아이들과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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