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여성적 삶과 문화: 위태로운 시대와 그녀들의 일상적 응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젠더 유머’를 접했을 때 불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출판한 ‘지금, 여기, 여성적 삶과 문화: 위태로운 시대와 그녀들의 일상적 응전’을 펴냈다. 책에는 현대사회 분석을 통해 여성의 삶과 문화를 살펴보는 10편의 논문이 담겼다.
박지훈 고려대 교수와 이신혜 석사의 ‘포스트페미니즘과 코미디: KBS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 성 역차별 담론’ 논문에서는 남보원 시청자인 14명의 20대 남녀 인터뷰이를 선정, 그들이 ‘젠더 유머’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논문은 같은 영상을 시청하고도 남녀 모두 자신이 속한 젠더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공통된 해석을 하고 있으며, 코미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형식적 관습 때문이라고 적었다.
책에는 여성들의 일상적 모습을 꼼꼼히 기록한 글부터 젠더가 영화, 코미디, 광고 등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참여와 실천의 문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동후 인천대 교수의 글 ‘와이프로거의 조금 다른 궤도: 요리, 젠더, 그리고 블로그’에서는 젠더화된 여성성을 수행하던 가사노동이 블로그를 통해 새롭게 의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후 교수는 블로거로 활동하는 주부들(와이프로거)이 자신의 블로그에 전통적 젠더 체계의 주부 역할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개인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현선 이스트런던대 교수는 ‘텔레비전 광고에 재현된 노년 여성의 문화적 표상’에서 TV 광고에 나타난 노년 여성 이미지의 텍스트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국내 광고 속 노년 여성의 이미지는 가족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전통적 할머니상으로, 병약하고 의존적이면서 가족에 희생하는 정형화된 모습, 중심과 떨어진 채 존재하는 주변화된 모습,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된 모습 등으로만 재현된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전파하는 광고 미디어에서 노년 여성의 이미지가 소외되거나 한정적인 채 머무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