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수 가옥, 윤동주 시인 하숙집, 수동계곡… 조용한 일상을 지키고 있는 골목
‘데친 채소’ 같은 엄마들이 자기 이야기 풀어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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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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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운동회, 소풍, 백일장, 사생대회, 체험학습 등 행사 많은 2학기가 지나가면서 엄마들의 일상은 데친 채소처럼 시들해졌다. 아이 두셋 데리고 어디 먼 곳으로 떠나기도 부담스럽고, 남들 다 간다는 단풍놀이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서촌은 그런대로 짬을 내 돌아보기 좋은 일상 속 여행지다.

경복궁 서쪽이라 별칭이 ‘서촌’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그러니까 경복궁을 마주보고 서서 왼쪽은 서촌, 오른쪽은 북촌과 삼청동이다. 체부동, 옥인동, 누상, 누하동, 효자동, 통인동, 사직동으로 연결된 서촌은 요즘 조용히 제 색깔을 뽐내고 있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걸어 올라가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든 상관없지만 우리는 일단 참여연대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냥 걸었다. 늘 똑같은 것 같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우리 생의 한가운데처럼 골목에서 다시 골목으로 퍼져 나가는 서촌의 한복판을 빙글빙글 돌며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장사는 접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이라 그대로 그 모양을 남겨둔 오래된 대오서점을,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된 역시 오래된 보안여관을, 이중섭과 이상범의 가옥을, 마치 중국인 듯 유럽인 듯 화려한 근대의 대저택인 화가 박노수 가옥을,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을, 서울시에서 많은 돈을 들여 단장해놨다는 수동계곡 입구를 만났다.

아직까지 불에 달군 고데기를 사용한다는 미용실 골목을 지나며 우리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당짓기, 고무줄, 구슬치기, 다방구… 지금 보면 차 한 대도 지나지 못할 것 같은 그 좁은 골목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놀이를 만들어내고 즐거웠던가. 파란 대문집, 앵두나무집, 빨간 대문집이라 불리던 동네, 얼른 놀고 싶어 집에 들어가기 전 가방을 부려 놓던 골목 어귀 전봇대, 담 넘어 호랑이 할아버지가 건네주던 주황색 단감. 그때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할까?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겠지? 어딘가에서 우리처럼 이렇게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서촌 골목은 그런 곳이다. 늘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우리 엄마들이 오랜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곳. 누군가의 일상을 통해 나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곳. 어쩌면 나의 일상도 다른 누군가에게 여행 같은 의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곳. 그런 곳이다.

 

통인시장 ⓒ여성신문
통인시장 ⓒ여성신문

근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울긋불긋 삼청동, 부암동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서촌은 골목을 지키는 조용한 일상만이 가득했었다. 그러나 근대 역사의 수많은 볼거리를 껴안고 있는 그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자그마한 공방을 내고, 욕심부리지 않은 소박한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들고 있다. 변화하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이 옛것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가 되고 있다. 그래서 서촌은 더 매력적이다.

데친 채소 같던 아줌마들의 일상은 서촌을 걸으며 참기름 깨소금 넣고 무쳐낸 나물처럼 고소해졌다. 오래된 동네에 젊은이들의 풋풋한 열정이 덧입혀진 길은 아름다웠다. 그 길 위의 오래된 모든 것들은 젊은 사람들을 마다하지 않았고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그 길 위에서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오래된 미용실과 쌀집과 세탁소와 수선집 등이 새로운 카페와 공방과 음식점들과 계속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서로를 토닥여주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Tip

체부동 먹자골목 끝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배화여고가 있는 언덕이 보인다. 배화여고 생활관은 20세기 초 서양 선교사들이 세운 건물로 그 시절 서양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길 이름에 붙은 필운대는 ‘오성과 한음’의 오성인 백사 이항복의 집터다. 배화여고 뒤편에 있다.

배화여고와 나란히 자리한 종로도서관과 매동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도서관, 최초의 공립학교였다. 굳이 들를 필요는 없지만 지나면서 눈여겨봐둘 만한 곳이다. 언덕을 넘어 배화여대 정문 쪽에 거의 다다랐을 때 오른편에 키오스크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곳은 아주 작은 카페인데, 프렌치 토스트가 일품이다. 키오스크의 프렌치 토스트가 생각나 일부러 서촌길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

키오스크 외에도 서촌의 맛집을 더 소개하자면 이미 유명해진 통인동 기름떡볶이와 누하동에 있는 50년 된 중국집 영화루가 있다. 매콤한 고추짬뽕이 인기 메뉴로 시간을 잘못 맞춰가면 오래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 외에도 새로 생긴 맛집으로 누하의 숲이라는 일본 가정식 백반집이 있다. 이곳은 그날의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 들러보는 것이 좋다. 또 매스컴을 타고 상추튀김으로 유명해진 남도분식, 그리고 체부동 먹자골목의 열정감자, 계단집, 이자카야 누하우동 등도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맛집이다.

마지막으로 서촌을 걷다 사직동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독립문공원이 나오는데, 시간이 된다면 이곳까지 꼭 함께 들르길 권한다. 차로 지나치기만 했던 독립문공원에는 독립문, 독립관과 함께 뒤쪽으로 예쁜 공원과 산책길이 있어 사계절 언제 찾아도 계절의 변화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매점, 화장실 등이 있는 독립문공원 방문자센터가 있어 아이랑 나들이를 떠나도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독립문을 찾았다면 가볼 곳이 두 군데 더 있는데 이진아기념도서관과 서대문형무소다. 두 곳 모두 독립문공원에서 멀지 않다. 300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쉬엄쉬엄 걸으면서 볼 만하다. 서대문 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딸을 잃은 한 가족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위해 낸 건립 기금으로 지어진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이진아양의 생일날 개관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깊은 의미가 있는 이 도서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와 도서 관련 강연, 수업이 자주 열린다. 서대문형무소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갇혀 있던 곳으로 주변을 잘 정비해놓았다.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것도 나의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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