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자 6개 구단 감독 '농담' 이었다
서울시청 “‘성별 의혹 제기' 선수 인권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
“13년간 박은선 선수를 지도한 감독으로서 이번 논란은 말도 안 된다. 2004년 성별 논란이 있었을 때 검사를 받고, 아무 문제없이 국제대회를 나갔다는 것은 이 선수가 여성인게 증명된 것이 아닌가. 박은선 선수가 이제야 마음 잡고 운동을 하려는데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여자실업축구 서울시청의 수장 서정호 감독이 7일 서울시체육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은선 성별 의혹’을 제기한 상대팀 6개 구단 감독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5일 한국여자축구연맹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이 박은선이 오는 12월 31일까지 성별 검사를 받지 않으면 내년 WK리그에서 박은선을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은선이 계속 경기에 뛸 경우, 리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서정호 감독은 “은선이뿐 아니라 월등히 잘하는 여자 선수들이 있으면 ‘남자 아니냐’는 농담을 감독들 사이에서는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적인 자리에서 그랬던 것이지 이렇게 공식적으로 여성이 맞는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선수 인권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엔 경기를 뛰는 여자 선수들이 성별 검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다만, 2011년부터 국제대회 출전 시 타국가에서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다. 서 감독은 “2004년 한 차례 검사를 받은바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박은선 선수만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해도 응할 의향이 없다”며 “FIFA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여자 선수들의 성별 검사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은선 선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구단 차원에서 먼저 대처를 했고, 이후 6개 구단 감독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선수의 기자 간담회도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은선은 2003년 아시아여자선수권 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활약한 여자 대표팀의 간판 선수다. 2005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19골을 넣으며 정규리그 득점왕에 올랐으며, 중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정규리그 순위 2위까지 끌어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