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첫 시도 후 세 번 만에 의회 입성
아시아 최초 동성 결혼 합법 국가 탄생할까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국내 첫 동성결혼식 ⓒ여성신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국내 첫 동성결혼식 ⓒ여성신문

아시아에서도 동성 결혼 법제화 국가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인터넷 뉴스 IPS는 지난 10월 25일 대만 의회 사법위원회에 ‘결혼 평등법’이라 불리는 민법 수정안이 상정됐다는 기사를 전하며 아시아 최초의 동성 결혼 법제화 국가 탄생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번 법안은 민주당 의원 23명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동성 결혼 법제화뿐 아니라 ‘남편과 아내’를 ‘배우자’로 바꾸는 등 용어의 변경, 입양과 상속에 관한 내용,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의거한 양육권 결정 금지 등 가족법 전반의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성 소수자에게 가장 진보적인 환경을 가진 나라로 꼽힌다. 동성 커플의 결혼식도 드물지 않고 지난해에는 최초의 불교식 레즈비언 커플 결혼식이 치러지기도 했다. 한 게이 커플이 자신들의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한 정부기관을 타이베이 고등행정법원에 고소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만반려자권익추진연맹(TAPCPR)의 수시우웬 회장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개별 커플을 위한 방책일 뿐”이라며 “민법을 개정해 동성 결혼과 시민 파트너십을 합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동성 결혼 법제화가 시도된 것은 2003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전 두 차례 시도에서 국민당의 반대에 부딪혀 의회 입성도 못한 채 좌절됐던 것과 비교하면 의회 상정을 이뤄낸 이번 시도는 일보 전진이라 볼 수 있지만 국민당의 반대가 여전하고 종교 단체를 비롯한 반대 세력이 아직 강한 상황에서 의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수시우웬 회장은 “지난 6월 성인 56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의견이 2003년 25%에서 53%로 크게 늘었다”며 그 증거를 제시했다. 이 조사에서 반대는 55%에서 37%로, 결정하지 못한 사람도 20%에서 10%로 줄었다. 그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지만 이런 과정이 결혼의 다양성과 성 역할에 대한 민주적 토론과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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