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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여성신문의 25년 역사는 한국 언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여성신문은 민주화 운동의 거센 열기를 타고 여성운동이 불붙던 1988년 여성들을 대변할 ‘대한민국 유일의 여성정론지’로 태어났다. 이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지면을 통한 여성운동과 함께 오프라인에서의 참신하고 도발적인 시도로 가부장적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남성 중심 시각에서의 통념과 편견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 지향점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다.
정치·경제·사회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눈’으로 이슈 발굴
칠순 할머니의 이혼 소송 기각 사건을 여성노인의 인권 관점에서 정면으로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여성신문 494호 표지(1998. 10. 2).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성계와 공유하며 호주제 폐지, 여성할당제 실시, 여성부 신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관련 여성인권법 제정 등 일정 성과를 거두어왔다. 성폭력 위기 속에 가해자의 혀를 깨문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린 안동 주부 사건(1988), 어린 시절의 성폭행범을 살해한 김부남 사건(1991), 성폭행 의부 살해는 정당방위임을 주장한 김보은·김진관 사건(1992), 직장 내 성희롱을 본격 다룬 서울대 우조교 사건(1993) 등 창간 초기 일련의 주요 기사는 우리 사회 성폭력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다. “내일 죽더라도 난 오늘 이혼하고 싶다”는 칠순 할머니의 이혼소송 기각 사건(1998)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황혼이혼 뒤에 은폐된 여성 노인의 인권문제를 이슈화했고, 진현숙씨의 목숨 건 딸 찾기 투쟁 7개월(1999)을 추적 보도해 미혼모 양육권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동네 남자 7명의 정신지체장애 소녀에 대한 성폭행 사건(2000)을 보도해 장애인 단체들조차 언급을 회피했던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을 첫 공론화했다.
한편으론 창간 초기부터 공보육 입법, 주부 가사노동 가치 인정, 미스코리아대회 폐지, 평등명절 운동, 평등부부 운동 등을 줄기차게 제안하고 촉구해왔다. 부부강간(1989), 진보 운동권의 성폭력(2000), ‘여성’ 정치인 박근혜 재평가(2002), 여성 대통령 담론(2007), 알파걸 허상(2007) 등 민감한 이슈도 정면으로,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담론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여성언론으로서의 이러한 성과로 여성신문은 1998년 7월 여성주간에서 여성 지위 향상 공헌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면에서의 여성운동 전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 통해 창간 취지 이어가
2001년 시작된 여성마라톤대회는 양성평등 가족문화를 위한 대표적인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에서 여성신문이 벌여온 다양한 사업은 창간 취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1997년 대선 때부터 전개해온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여성단체와 공동개최·TV로 생중계), 국회의원 대상 ‘젠더 마이크’ 선정(2011), 성평등국가포럼 출범(2012) 등은 제도적으로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작업이다. 열린음악회(1991)·여성마라톤대회(아줌마마라톤대회·2001)·양성평등 사진전(2005)을 개최하고, 여성문학상(1989)·평등미디어상(2000)·올해의 여성문화인상(2008)을 제정했다. 또 WIN문화포럼 발족(2012), 멘토링 토크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운영(2012) 등은 여성과 문화를 연계하는 동시에 양성평등 문화를 대중화하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2012년부터 전개되고 있는 ‘신나는 언니들’ 토크 콘서트는 멘토링과 힐링 콘셉트으로 특히 2030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시즌2 첫 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손미나(맨 오른쪽)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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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2001) 제정으로 본격화된 여성 롤 모델 찾기 작업은 창간 15주년을 맞은 지난 2003년 ‘한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1만 명’ 명단 발표로 이어졌다. 2006년부터는 의미 있는 활약을 보여준 여성 리더에 대한 ‘올해의 인물’도 선정하고 있다.
2005년 3월, 호주제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호주제가 영원히 소멸됨으로써 한국의 여성운동은 큰 산을 하나 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주요 여성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호주제 폐지를 기점으로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일상에 교묘하고 치밀하게 파고들어와 있는 일상의 성차별 문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층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국내외 전 지구촌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조명해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