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귀농과 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것이다. 미국의 인구통계 연구소인 인구조회국(PRB)에 따르면 세계 도시지역 인구 비율, 즉 도시화율은 50%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91.04%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 도시화율 91.12%보다 0.08%포인트(p) 줄어든 것으로 1960년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다. 도시에서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우리가 바라는 도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현대 소비사회가 지향하는 ‘더 크게, 더 많이, 더 높이’를 추구하는 지금의 삶의 방식대로 계속 도시에서 살아가기 어렵겠다는 것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함께 사용하고 함께 하자’는 데에 관심을 갖고, 지구에 영향을 덜 끼치거나 적게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없는지 논의하며 실천하고 있다. 어차피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면 도시를 지속가능한 삶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한 대표적인 사람으로 ‘노 임팩트 맨’을 자청한 작가 콜린 베번이 있다. 그는 이른바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의 도시 뉴욕에서 살면서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적게 주기 위한 노력을 단행하기로 하고, 아내 미셸과 어린 딸 이자벨라와 함께 일회용품과 전기, 자동차 없는 1년을 지내기로 한 것이다. 콜린 부부는 1년 프로젝트를 경험한 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를 막고 가족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단 몇 가지 행동이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그 생각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e-레알 텃밭학교’를 열고, 도시농부 8명이 8차례에 걸쳐 누구나 쉽게 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강의로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씨앗들 협동조합’을 만들어 팍팍한 도시생활에서 농사를 지으며 녹색혁명을 꿈꾸는 청년들인데, 이제 이들의 강의 덕분에 누구나 도시농부가 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10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과 신청사 앞에서 올 5월 977개의 상자에 심은 벼를 수확했다. 이 상자 벼들은 왕우렁이를 방사해 잡초와 병해충을 줄이는 친환경 농법으로 키웠다는데, 수확된 낟알은 도정 과정을 거친 후 약 40㎏의 쌀로 만들어 사회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가 벼 생육과정 체험의 장소로 시민 호응도가 높아 도시농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유토피아가 들어가지 않은 세계 지도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 인간의 본성이 늘 향하는 국가를 빼놓은 지도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얼마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는지를 역설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은 ‘No-Where’다. 일본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그의 책 ‘꿈의 도시’에서 이러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지금 여기(Now-Here)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꿈꾸는 도시를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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