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2013년 10월 현재까지 분쟁처리 기관에 남성이 성차별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37건이고 이 가운데 남성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사건은 25건이다. 남녀를 다르게 대우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사례가 8건으로 가장 많다.

그중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1순위의 사람을 ‘처’로 정하고, 남편은 60세 이상이거나 장해등급이 2등급 이상인 경우에만 받을 수 있도록 정한 국민연금법 규정이 포함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가입자인 남편 사망 후 처가 생계와 가족 부양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현실을 감안한 취지가 있으며 여성 취업이 늘어난 오늘날에도 그러한 현실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남녀 차등이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한 사례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은 2007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2012년 12월에 남녀평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유족연금의 1순위 수급자를 ‘처’에서 ‘배우자’로 개정했다.

병역법이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자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에 한하여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징병하는 것이고, 만일 여성도 징병을 하면 남성 위주의 시설과 관리체제를 변경해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성희롱 같은 범죄나 남녀 간의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남녀 차등 조치라는 것이다.

남성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사례는 성범죄다.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정한 형법의 규정에 관해 법원이, 혼인빙자간음죄의 대상을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정한 형법 규정에 관해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그러한 범죄가 남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며 그 범죄로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등 피해가 매우 크다는 사정을 감안해 볼 때 남성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9년 1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관한 형법 규정에 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 영역에 국가가 과잉으로 규제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2년 12월 형법의 개정으로 강간죄 대상은 ‘사람’으로 변경됐고, 혼인빙자간음죄는 없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복지관의 여성 전용 프로그램, 초·중등학교 교장·교감 승진에서 여성우대정책, 여성 취업지원 사업으로 전문직종 양성 과정의 교육훈련생을 여성으로 제한한 조치, 조달청이 입찰에서 여성 기업인에게 특별 가산점을 부여한 조치에 대해 남녀 사회참여의 격차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남녀평등을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 잠정적으로 여성을 우대하는 적극적 조치로 남성 차별이 아니라는 결정을 했다.

남녀 차등 조치를 직무상 문제로 보아 남성 차별을 불인정한 사례도 있다. 부부 쌍방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를 신청한 사건에서 경찰관이 가정폭력 가해 정도가 큰 남편의 신청을 처리하지 않은 조치를 직무상의 실수로 본 사례(국가인권위원회), 단기복무 남성 군인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은 조치를 장기근속을 장려하기 위한 육아휴직제도의 성격과 장기근무 군인과 단기복무 군인의 형평‧군대의 인사관리 효율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본 사례(헌법재판소)가 해당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교육부 장관이 학교법인 이화학당에 여성만을 입학자격 요건으로 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 인가를 하고 총정원 2000명 중 100명을 배정한 조치가 남성들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및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에서 여성 우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학의 교육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학생 선발, 입학전형에 관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것이라며 남성 차별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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