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다시 시작된 남녀의 달콤 쌉싸름한 연애
2011년 초연… 2년 만에 앙코르
연극 ‘연애시대’가 다시 대학로에 찾아왔다. 일본 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연애시대’는 국내에서는 2006년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011년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지 2년 만에 앙코르 공연 중이다.
‘연애시대’라는 공연명에 달린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라는 부제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 테마다. 첫아이를 사산하고 서로를 보듬을 힘을 내지 못해 헤어진 하루와 리이치로. 하지만 이혼 뒤에도 둘은 서로를 만나며 보일 듯 말 듯,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그리움을 펼쳐놓는다. 다시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머뭇거리는 그들. 가장 가까웠던 만큼 서로의 마음에 남은 상처도 깊숙했던 그들은 자꾸만 서로의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시켜 주기도 하고, 서로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도 말하지만 끝내 서로를 향하는 자신들의 마음은 속일 수가 없다. 사실은 ‘한 번 실패했다’고 생각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가 두렵다.
그래서일까. 갈림길을 헤매던 끝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다. 너는 내가 아님을 깨닫는 것, 서로를 진정으로 신뢰하지 못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럼에도 너를 더 믿고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처럼 용기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어쩌면 그때가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할 기회를 얻게 되는 위대한 순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연극 무대라는 특성상 무대 위 직사각형 구조물들을 활용해 20여 개에 달하는 장면을 전환하는 게 이 공연의 특색. 그와 함께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로 1시간5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다. 사랑의 떨림과 갈등, 빛 바램, 권태, 그럼에도 다시 시작되는 사랑의 대자연과도 같은 흐름에 내 사랑의 모습을 비춰보고 싶다면 올 가을 ‘연애시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함께 해보자. 12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 문의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