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사상 첫 10만 관객 돌파… 베토벤 붐으로 이어져

 

25년간 동고동락해왔던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는 정신적 지주인 첼리스트 피터(왼쪽에서 둘째)가 연주 중단의 위기에 처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선 이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여정처럼 느껴진다.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cialis manufacturer coupon open cialis online coupon
25년간 동고동락해왔던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는 정신적 지주인 첼리스트 피터(왼쪽에서 둘째)가 연주 중단의 위기에 처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선 이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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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불협화음.”

최근 국내 개봉된 예술영화 사상 드물게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의 카피는 영화를 보고 나면 더욱 실감난다. 야론 질버만이 감독을 맡고,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 익히 알려진 필립 시모어 호프먼, 크리스 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기둥 줄거리는 결성된 지 25주년, 연륜에 빛나는 현악4중주단 ‘푸가’의 정신적 리더이자 첼리스트인 피터에게 파킨슨병이 발병하면서 푸가에 잠재돼 있던 작은 균열들이 일으키는 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터(크리스토퍼 월켄)는 다음 첼리스트 주자를 찾는 한편 치료약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마지막 투어의 오프닝 공연에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와중에 제2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로버트(필립 시모어 호프먼)는 “이제 더 이상 제2 바이올린을 맡지는 않을거야”라며 푸가의 리더 격인 제1바이올리니스트 자리에 도전하지만 4중주단의 멤버이자 아내인 줄리엣(캐서린 키너)조차도 “당신은 정말 훌륭한 제2 바이올리니스트”라며 우회적으로 그의 결정에 반대한다. 로버트는 제1바이올리니스트인 대니얼(마크 아이반니)이 예전에 아내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까지 상기하고 분노와 절망감을 외도로 풀고, 이를 우연히 알게 된 줄리엣은 절망한다. 대니얼은 25년간 내내 함께했던 로버트 부부와의 우정을 저버리고 그들의 딸인 알렉산드라(이모젠 푸츠)와 연인이 돼 팀 전체를 경악에 빠트린다. 과연 4중주단은 그들이 평생 추구해온 이상향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 연주를 성공리에 마치고 피터의 은퇴 공연을 영예롭게 끝낼 수 있을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주인공들과 관객의 의식 속에 흐르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은 영화의 또 하나의 숨은 주인공이다. 베토벤(1770∼1827) 말기의 대표작인 이 곡은 장시간의 고난도 테크닉이 요구되는, 연주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작품으로, 슈베르트가 죽기 5일 전 이 곡에만 탐닉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영화 중간에 피터는 자신이 가르치는 음대생들에게 보통의 현악4중주곡은 4개 악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베토벤의 14번은 7개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며 “각 악장들은 모두 연결돼 있어 악장 사이에 멈출 수도, 쉴 수도 없다. 튜닝도 안 된다”고 말한다. 베토벤 자신이 곡을 쉼 없이 연주할 것을 강조했다는 것.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렇게 쉼 없이 오래 연주하면 각 악기들의 음률은 반드시 어긋나게 돼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연주를 멈춰야 할까? 아니면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춰가야 할까? 난 잘 모르겠다. 같이 한번 알아보자”고.

결국 인생의 묘미는 ‘어긋나게 돼 있는’ 필연에 부딪쳐 포기하고 멈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춰가며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은연중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피터가 마지막 공연에서 갑자기 연주를 중단하고 자신을 대신할 새 첼리스트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관객석으로 가는 장면은 파격적이다. 순간적으로 혼란을 느끼는 관객들은 새 첼리스트가 합류해 연주를 시작하자 펼쳐 놓았던 악보를 일순간 덮고 연주를 계속하는 제1바이올리니스트를 따라 다른 주자들도 일제히 악보를 덮고 온전히 음악에 몰입하는 장면을 보면서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며 자연스레 고교 영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The show must go on’(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영화엔 특히 여성 관객에게 공감 가는 대목이 있다. 세계적 비올리스트 줄리엣과 딸 알렉산드라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워킹맘의 딜레마가 바로 그것. 알렉산드라는 “1년에 7개월 연주여행을 다니는 부모를 둔 내가 행복했을 것 같으냐”고 항변하고 줄리엣은 “우린 언제나 네가 1순위였지만, 음악가의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체념하듯 반박한다. 알렉산드라는 이런 엄마에게 “나라면 아이가 생겼어도 지웠을 것”이라고 야멸찬 냉소를 날린다. 

어쨌든 ‘마지막 4중주’의 선전은 우리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덤으로 몰고 온 듯하다. 영화 OST가 클래식 음악영화로선 이례적으로 1000장 넘게 팔린 데다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짠 오스트리아 하겐 콰르텟의 방한 연주회도 매진되는 등 베토벤 재발견의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푸가에서 피터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첼리스트 니나의 존재도 흥미롭다. 니나는 영화의 실제 음악을 담당한 브렌타노 현악4중주단의 첼리스트인 한국계 니나 마리아 리다다. 피터의 사별한 아내 역으로 잠깐 등장한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를 볼 수 있는 것도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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