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무티’(엄마) 넘어 ‘유로 총리’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9월 22일 총선에서 승리,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총리 연임이 거의 확실해졌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은 41.5%의 지지를 얻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거둔 득표율(25.7%)을 크게 앞섰다.

기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630석 중 311석을 확보했지만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4.8% 득표에 그쳐 의회 입성이 좌절되면서 총리 당선을 위한 과반 의석에는 4석이 모자란 상태. 이를 위해 어느 당과 연합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한 후 4년 임기를 모두 채우면 총 12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어 영국의 대처 총리(11년)를 넘어선 최장수 여성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기민당의 총선 승리는 메르켈 개인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유겐트’라 불리는 젊은 보수층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C-유겐트는 보수를 뜻하는 C(Conservative)와 청년이란 의미의 유겐트(Jugend)를 합성한 말로 가족과 종교를 중요시하는 부모 세대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메르켈은 유로존의 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를 안정시키고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데 성공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무티’(엄마)라는 메르켈 총리의 별명은 원래 ‘동독 출신의 촌스러운 아줌마’라는 비꼬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지만 이제 독일인들은 국민을 어머니처럼 포용하고 보호한다는 의미로서 그를 무티라 부르고 있다.

메르켈의 총선 성공은 유럽연합(EU)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주요 기구 중 하나인 유럽은행(ECB)를 프랑크푸르트에 두고 있는 독일은 특히 유럽연합 내 경제 면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유럽 금융위기 당시 금융지원을 꺼리고 유로본드 발행을 반대하는 등의 메르켈의 행보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 원조가 필요한 나라에는 악몽과도 같았기 때문. 이 때문에 유럽 언론들은 메르켈을 ‘유로 총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 최초의 총리로 등장해 최장수 여성 총리의 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안정적 성장에 이어 유럽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 활약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