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방영된 KBS 2TV의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마마도’)는 tvN의 ‘꽃보다 할배’의 콘셉트에 ‘1박2일’ 형식, 그리고 ‘6시 내 고향’을 섞어놓은 듯했다. 리얼 예능, 관찰이 혼재된 토크 버라이어티쇼였다.
배우 경력 43~54년의 중견 여자 탤런트 4명과 이들의 운전기사 겸 도우미 역할을 맡은 미혼의 30대 남자 배우가 출연하는 모습은 ‘꽃보다 할배’에서 할아버지 배우들의 배낭여행 콘셉트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 ‘1박2일’의 복불복 게임 형식을 끌어오고. 슬로시티 청산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깔며 현지인들과의 교감도 넣었다.
평균연령 69세인 김영옥(76), 김용림(73), 김수미(64), 이효춘(63) 4명의 여배우의 만남과 동행에선 ‘기 싸움’이라고 할 만한 뜻밖의 긴장도 있어 해결 방법이 궁금했는데 동동주, 맥주를 나눠 마시며 어물쩍 앙금이 해소되는 듯 보여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확실한 화해의 모습이 없어 내심으론 불편함을 계속 안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제작진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30분간의 벼락치기 바다낚시를 기획한 것은 현실감 없는 그림 만들기다. 그 정도의 시간 여유밖에 없다면 뜰채를 가지고 양식장에 갔어야 했다. 관찰 버라이어티가 아닌 체험 리포트처럼 보였다.
어머니, 할머니로서의 체험에서 우러난 여배우들의 진솔한 인생 내공을 들려주는 버라이어티쇼라는 점에서도 과연 얼마나 전달력이 있을지 염려된다.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말풍선과 자막 처리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함이기보다는 더빙 외화를 보듯, 리듬을 깨는 불편함을 주었다. 부연 설명이 없으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는 알림판 같았다. 게다가 몇 차례 등장한 말풍선의 X 표시도 애교로 보기엔 불편했다.
공영방송의 역할에는 분명 국어 순화라는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 방송언어에 대한 제약이 많이 완화됐지만 출연진이 대화 중 욕을 자연스레 쏟아내는 모습엔 불쾌하다. 더군다나 미모를 뽐내는 여배우들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욕이 튀어나와 말풍선을 만들어 붙이고, 자막에 X를 넣어, 방금 방송불가 용어인 욕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이태곤의 역할도 애매해 보인다. 짐꾼이면서 마초적인 남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그를 캐스팅했겠지만 첫 방송에서 보인 그의 이미지는 차라리 발랄한 아이돌 남자 가수를 발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임을 읽을 수 있는 요즘 ‘마마도’는 첫회 방송에서 전국 10.2%라는 시청률을 기록해 출발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차용 틀을 벗고 새로운 포맷의 예능임을 증명하는 시기가 빨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