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돕고 강자에 저항… 여성 연대의 손 내밀다
혁명의 불꽃 같은 소녀 제2, 제3의 도깨비불은 어딘가에서 계속되리라

 

렉스는 ‘폭스 파이어’란 여성 연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 리더다. 폭스 파이어의 행동 강령은 지금 봐도 시대를 아우를 정도로 진보적이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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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는 ‘폭스 파이어’란 여성 연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 리더다. 폭스 파이어의 행동 강령은 지금 봐도 시대를 아우를 정도로 진보적이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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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처럼 여기저기에 나타나는 도깨비불 같은 여자아이가 있다. 이름은 렉스. ‘왕’이란 뜻이다. 1950년대, 억압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억압의 시대에 소녀는 백 마일을 걸어서 친구 집에 도착한다. 어머니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 술주정꾼 아버지는 새 애인에게 빠져 있다.

렉스는 단짝인 메디에게 이렇게 단언한다. “할머니랑 사느니 차라리 천 마일을 걷겠다.” 자꾸 가사일만을 가르쳐주려는 할머니에게 렉스는 “옳은 길은 하나이고 틀린 곳은 백만 개라서 세상이 이렇게 뒤죽박죽”이라고 대꾸하고 집을 나간다.

15살이지만 이미 렉스는 술을 마신다. 동네 양아치들이 친구를 성추행하고, 교사가 학생을 성희롱할 때, 렉스는 피해자인 친구들에게, 한 여자애가 곤경에 빠지면 다른 여자애가 도와주는 거라면서 연대의 손을 내민다. 큰 눈의 아름다운 얼굴의 여성이지만, 렉스는 남성적인 독립심도 갖추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은 상처가 남자에 대한 깊은 적대감을 갖고 있게 만든 듯 보이는 그녀는 다소는 동성애적이며 반골의 기질도 여실하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 속 렉스는 그렇게 폭스 파이어란 여성 연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 리더가 된다. 1955년 3월 16일, 폭스 파이어가 결성되고, 소녀들은 자신의 몸속에 타오르는 작은 불길을 문신으로 새겨 넣는다. 폭스 파이어의 행동 강령은 지금 봐도 시대를 아우를 정도로 진보적이고 매력적이다. 뜨겁게 행동하고, 간절하게 추구하라.

그녀들은 약자들을 돕고, 강자들에게 저항하고, 동물을 보호하자고 시위를 한다. 백화점에 ‘돈=똥=죽음’이란 글자를 붉은색 페인트로 칠하고, 학교 짱인 비니 로퍼를 칼로 위협해서 단번에 굴복하게 만든다.

그 일로 렉스는 감옥에 가게 되지만, 그녀 말대로 대체 50년대 정부는 16살짜리 소녀가 왜 그렇게 두려웠던 것인가? 감옥에서 출소한 후 렉스는 더욱 대담하게, 빈 집을 구하고 그곳에서 마음 맞는 소녀들을 기거케 한다. 지금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것 같은 일종의 여성쉼터 같은 곳을 만든 것이다.

영화에는 렉스의 정신적 지주인 신부와 렉스의 후견인 노릇을 자처한 레베카의 아버지, 성공한 자본가가 등장한다. 신부와 레베카의 아버지는 서로 거울상처럼 수미상관을 이룬다. 신부는 렉스의 정신적 아버지로 과거 공산주의자였으나 이제는 완전히 몰락한 후 소련제 탱크에나 영감을 받는다. 반대로 레베카의 아버지는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전형적 자본가다. 둘 다 강인한 의지를 겸비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아오지만, 오직 미국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자본을 모으는 자만이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캉테 감독은 서늘하게 미국의 사회적 격차와 아메리칸드림을 비판하지만, 동시에 진보진영에도 현실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한두 명으로 시작한 옳은 일에 대한 열망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진보 역시 먹고 살고, 이해관계가 있다. 사람이 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소녀들은 점차 꽃뱀 노릇도 하고, 심지어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로랑 캉테 감독이 이 영화에서 폭스 파이어의 해체 과정을 결성 과정 못지않게 중요하게 긴 시간 다룬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보수의 타락은 정말 쉽다. 그러나 진보의 과격화도 마른 장작에 불씨가 타오르듯 쉬운 일이다.

로랑 캉테 감독은 그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 보여준다. 소녀들의 입회, 결속, 과격화, 해체까지. 그 속에서 렉스는 당신에게, 우리들 여성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물어본다. 성폭행을 당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딸이 들어왔는데도, 아버지 눈에 띄기 전에 씻으란 말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할 것을 지시하는 어머니들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본다.

결국 렉스는 또다시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 국경을 넘으려고 한다. 폭스 파이어의 생계유지를 위해 레베카의 아버지를 납치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렉스는 항상 자동차로 도주하고, 경찰에게 잡히는 설정을 반복한다. 그것도 항상 다리를 건너다 잡힌다. 1950년대 미국의 경계를 넘어서고 모든 자본주의적 신화를 초월하려는 노력을 하는 그녀. 그 후 렉스의 절친 메디는 렉스가 쿠바의 혁명 대열에 있는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원작소설 속 캐릭터이지만, 렉스는 혁명의 불꽃 같은 소녀다. 미국에서 불과 165.1㎞ 밑의 자본주의를 치받는 쿠바의 정글 속에서 불타오르는 소녀. 비록 그녀의 폭스 파이어는 실패했더라도 제2, 제3의 도깨비불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계속되리라. 왜냐하면 불꽃이 없는 세상에 남는 것은 암흑뿐이므로. 렉스의 마지막 전언.

“사람의 영혼은 있겠지. 근데 영원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불꽃처럼 타는 동안에만 진실하면 돼. 때가 되면 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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