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야당 대표가 노숙투쟁 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 상황…

대통령이 민생 살리려면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 “민생회담과 관련해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를 만나 논의할 생각이 있다” “국정원 개혁은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색된 정국의 해법으로 모색된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해서는 5자회담만이 유효하고 의제도 ‘민생’에 한정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 실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런 강경한 입장을 취한 이유는 여야 대치 정국은 민생과 거리가 먼 것이고, ‘대선 불복’ ‘부정선거’ 운운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취임 6개월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60%대로 높게 나타나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사상누각”이라며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 5자회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안으로 ‘선 양자회담 후 다자회담’을 제시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먼저 만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논의한 다음에 ‘민생에 관한 의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자신의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밤을 보내는 ‘노숙 투쟁’에 돌입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민생을 살리겠다는 대통령은 오히려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 안정 없이 어떻게 민생 살리기가 가능한가. 또한 민생을 외면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2005년 한나라당은 12월 9일부터 50일 이상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박 대표는 2006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역사를 부끄럽게 가르치고, 철 지난 이념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그런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안이다” “이번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은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것뿐이다. 재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과 민생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한나라당은 빨리 국회로 돌아가 민생을 챙기라”고 비판했다면 박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당시 한나라당은 2006년 2월 7일 울산을 시작으로 광주(10일), 천안(13일), 전주(15일), 서울(17일) 등으로 사학법 장외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정국 경색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해결됐다. 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게 “이번에는 야당에 양보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북한산 산행을 한 후 사학의 전향적 발전과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해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합의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과 전면 투쟁을 하면서 추진했던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가 바로 사학법 개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야당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구조상 대통령만이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국민도 이를 원하고 있다. 최근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새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78.1%)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만나는 청와대 회담으로 대치 정국을 풀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돼 야당과 여당이 힘을 합쳐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진정 민생을 살리려면 이런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통 큰 정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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