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합의 ‘음란물’이 아니라고?
10대와 합의 ‘음란물’이 아니라고?
  •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3.08.28 08:58
  • 수정 2013-09-0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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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이상 성관계는 합법…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VS
“미성년자는 보호 대상… 동영상은 언제든지 유포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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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3세 이상 청소년과 합의하에 단순 보관의 목적으로 찍은 성관계 동영상은 음란물이 아니라는 최근 재판부 판결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8월 21일 연인 관계에 있던 17세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25)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13세 이상 청소년의 진정한 동의하에 거래나 유통·배포의 목적 없이 사적으로 보관할 목적으로 만든 경우에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된다고 봤으나 단순히 소지, 보관의 목적이라면 아동·청소년음란물의 ‘제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초 연인 관계던 17세 여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당시 성관계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후 김씨는 여성의 요청으로 동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 둘 사이가 멀어지자 김씨는 이 여성을 흉기로 협박해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음란물 촬영 혐의가 드러났고 1심에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부분에 대해 무죄를, 강간 등에 대해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등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에서 제외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제시했다. 13세 이상 아동청소년의 진정한 동의가 있어야 하고, 촬영자가 해당 성적 행위의 당사자이며,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전시 또는 상영할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 등 크게 3가지다.

재판부는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작·수입·수출·판매·대여·배포·전시·상영을 금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지극히 사생활적인 영역에서 만들어진 모든 영상물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두고 네티즌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모든 미성년자는 최소한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은 “16세는 청소년보호법상 보호 대상으로 아직 판단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이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돼야 한다”며 “외국 사례의 경우 청소년 시기에 보관 목적으로 동의하에 찍은 성관계 동영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상에 유포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현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이번 판결이 감정적으로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현행법상 13세 이상 청소년의 성관계는 불법이 아니고, 이번 사건의 경우 자발적으로 영상을 촬영했고 동영상을 배포할 목적도 없었기 때문에 현행법 테두리에서 법원의 적절한 판단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는 의제강간죄 나이 기준을 현재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의제강간이란 피해자가 설사 동의를 했더라도 강간범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동의한 경우에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의 예에 의해 처벌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의제강간죄 나이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안에 대한 사례와 자료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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