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동일한 기간씩 휴가를 나눠 사용하면 별도로 ‘보너스’ 지급

대다수 직장은 오후 3시 이후 부모들에게 공식 일정 요구하지 않아…

‘개인의 취향’ 인정… 이혼·한부모 가족에 편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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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한국 가족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족 규모는 줄어들어 결혼해 아이 두 명을 키우는 4인 가구는 더 이상 전형적 가구 형태가 아니며,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중이 큰 가구 형태로 등장했다. 결혼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결혼생활은 불안정해지며, 아이를 낳는 가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의 미래와 여성‧가족정책 전망’ 연구진은 지난해 스웨덴 가족정책 전문가들로부터 가족 이슈의 흐름과 최근 정책 동향을 인터뷰했다. 본고는 스웨덴 가족정책 전문가인 파울라 블룸비스트 교수와 다이앤 세인즈베리 교수와의 대담을 근거로 한 것이다.

스웨덴은 잘 발달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대표주자다. 사회서비스 복지국가이자 가장 친여성적 가족정책의 선두주자다. 스웨덴의 빛나는 복지정책과 가족정책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정책에 기반한 스웨덴 가족의 삶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는 삶은 한국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가끔 엄청난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주로 돈과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 삶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이가 생기면 부모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여성이 더 긴 기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남성들도 90%가 육아휴직을 쓴다(한 번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포함). 육아휴직 후 몇 달간 대기기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역의 넓고 깨끗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오후 3~4시 아이들을 데리러 가며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3시 이후 부모들에게 공식 일정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회의는 잡지 않는 게 당연하고, 회의를 하더라도 오후 4시가 되면 그냥 중간에 일어서서 나가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삶이 힘들지 않다보니 가족의 규모 축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930년대 스웨덴은 인구학적 위기가 있었고 1940년대에는 1명의 아동을 두는 가족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자녀 수가 많아지고 인구도 증가 추세다. 세대 수의 감소, 핵가족화 논의는 1950년대에 이뤄지고 현재는 거의 끝난 상태다.

가족 형성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결혼은 취향의 문제이며, 유행처럼 반복된다. 1960년대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유행이었다가 한때 큰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가 다시 하지 않는 것이 유행이었다가 교외결혼이 유행하는 등 시대 조류를 타고 있다.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력은 적다.

이혼도 스웨덴 문화에서 일상적이며 그에 대한 낙인은 거의 없다. 이혼 후 아이들은 매주 양쪽 집을 오가면서 생활하는데, 싸우는 부모 밑에 있기보다 헤어져도 협력하는 부모 밑에 있는 아동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런 연구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쯤 많이 이뤄졌고, 이제는 거의 정설화돼 있다. 엄숙한 결혼식, 서로 다시 보기 싫을 정도가 돼서야 깨지는 결혼생활, 한부모가족 아이들에 대한 동정 어린 시선에 익숙한 우리에게 ‘개인의 취향’으로서 결혼하고, 이혼하고, 파트너 유무와 관계없이 개인 생활을 유지하는 스웨덴의 문화는 너무나 낯설었다.

스웨덴에서 최근 가족정책의 이슈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최대한 많이 쓰게 하는 것이다. 2006년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부부가 휴가를 동일한 기간씩 나눠서 사용할 경우 별도의 급여를 주는 젠더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고, 사민당정부가 폐기한 양육수당제도 함께 도입했다. 젠더보너스는 남성할당휴가 2달, 여성할당휴가 2달이 끝난 후 남은 9개월을 부부가 동일한 기간씩 나눠 사용할 경우 혜택을 주는 제도다.

급진적 제도와 보수적 제도를 동시에 도입한 셈인데 두 제도 모두 이용률이 높지 않다. 젠더보너스 제도는 조세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신청 과정과 제도가 복잡해 사용률이 낮고, 양육수당제도 잘 갖춰진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양육수당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행복한 가족생활’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스웨덴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족정책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스웨덴의 가족생활과 가족정책은 올해 한국의 가족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족의 미래와 여성‧가족정책 전망’ 2차연도 연구에서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가장 희구하는 미래 가족 시나리오를 조사한 결과 최선의 시나리오, 가장 희망하는 시나리오로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시나리오’를 뽑았다. 가족이 전적으로 돌봄을 떠맡지 않고, 경제적 불평등도 적으며, 가족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사회에 대한 높은 열망이다.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고, 무겁지 않게 결혼하고 헤어지는 스웨덴 가족은 한국인들이 희구하는 가족의 미래에 이미 가깝다. 스웨덴의 가족정책, 잘 알려진 것 같지만 여전히 더 많이 알려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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