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독일 등 9개국 17개 도시에서 개최
고 이용녀 할머니 노제 및 대규모 수요시위
강력한 국제연대로 일본 정부 압박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제1회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김학순의 날) 기념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개최됐다.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공개 증언했던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한 이번 기림일은 지난해 12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제정·선포했다. 김학순 할머니를 시작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사과 요구가 22년간 계속되면서 일본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번 첫 번째 기림일 기념행사도 일본, 대만, 필리핀, 캐나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9개국 17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일본에서만 도쿄, 나고야, 간사이 등 7개 도시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이번 기림일을 맞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주최로 13일 국제심포지엄이, 14일 대규모 수요시위 집회가 열렸다. 수요시위에 앞서 지난 11일 별세한 고 이용녀 할머니의 노제가 4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됐고, 이어 일본군위안부 희생자를 위한 진혼제로 먼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87차 정기 수요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30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중국에 거주하면서 7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85) 할머니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여성인권운동가 니마 나마다무씨가 참석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상숙 할머니는 앞서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열일곱 어린 나이에 위안소로 끌려가 겪었던 피해 경험을 증언했다. 하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잘못했다는 말을 들어야 죽지 그러지 않으면 내가 못 죽는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또 3일간의 긴 여정 끝에 한국에 도착한 콩코여성협회 니마 나마다무 상임이사는 “콩고에서는 매일 1152명, 즉 매시간 48건의 강간이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다”는 콩고 여성의 참혹한 실상을 전하며 “하지만 우리는 이미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 우리 여성들은 한편에 서서 서로를 지지하는 법을 알고 있다. 여러분이 1000번이 넘는 수요일을 함께 외쳐온 것처럼 말이다”라고 격려했다. 이어 지난해 설립된 ‘나비기금’의 첫 지원 대상인 콩고 여성들이 영상을 통해 “당신들의 아픔은 곧 우리의 아픔”이라며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전 일본군 2세이자 평화활동가인 다나카 노부유키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나카씨는 중일전쟁 당시 참전해 위안소에 출입했던 기록이 담긴 아버지 무토 아키이치씨의 종군일기를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 기증했다. 다나카씨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와 법적배상을 하는 것이 우리 일본 전후 세대에게 부과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