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및 주요 언론, 촛불시위에 침묵 일관
시국선언 2만명 넘어... 14일 7차 촛불집회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정원 사태를 외면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언론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시민사회시국회의가 주관한 6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10만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대전·대구·울산에서 동시에 열린 이번 집회는 야당 지도부와 시민단체 지도부가 대거 동참했다. 6월 28일 3천여명으로 시작한 국정원 대선 개입 규명 요구 집회는 10일에는 284개 시민단체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추산 1만6000명)이 참여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로는 최대 인원이다. 2008년 촛불시위 때처럼 들불처럼 번지진 않았지만 서서히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1일부터는 민주당도 동참 선언하고 시위에 함께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정부가 불통이기 때문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6월 28일 이후 집회가 열릴 때마다 참여했다는 최홍근(42)씨는 “방송 3사도 침묵하는 상황이고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데 진실이 규명 되지 않고 당연시 되는 건 무서운 일이다. 민주당 편인 건 아니지만 새누리당이 얘기했던 것들이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권영숙(33)씨는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분노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불통인 것 같다. 이런 통로를 통해서라도 의견을 전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국정원 불법선개 개입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받아들였다. 부부가 함께 집회에 나온 김순미(60)씨는 “오늘 다리가 안 좋아 압박붕대를 감고 있지만 손은 괜찮으니 촛불을 들 수 있을 거 같아 나왔다. 어떻게 찾은 민주주의인데 허무하게 잃을 순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혜롭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광장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8, 10, 12살 세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를 나온 박 모(43)씨는 “정부가 기만하면서 가만히 있는 우리를 보고 낄낄거리는 더러운 기분이다. 역사를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그 현실을 물려받아야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정원 문제가 불거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후 여권은 이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주요 방송 및 언론은 국정원 불법개입 규명 요구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일 5차 시위 이후 민주당이 동참하며 만명 이상 집회규모가 커지자 기사를 단신 보도를 내거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언급하는 수준이다.
이날 박석운 시국회의 공동대표는 "헌법 수호의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모르는 일이라고 우겨대고, 국정원장이 알아서 하고 있다고 억지 쓰고 있을 건가"라고 물으며, 야당을 향해 "김무성과 권영세를 확실히 증언대에 세우고, 남재준을 해임시키고, 특검을 도입해야한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확실히 쟁취하기 위해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도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를 바꾸자는 것은 아니니 쫄지 마라. 진상 규명 해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하고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박근혜 캠프에서 김무성, 권영세, 원세훈, 김용판 사이에 어떤 지시와 모의가 있었나를 밝히기 위해 이들이 반드시 증언대에 세워 조직적 불법행위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달 14일 서울광장에서 7차 범국민촛불대회를 연다.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리는 이 날 원세훈(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전 서울경찰청장) 출석이 예정돼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시청광장의 맞은 편에서는 같은 날 대한경우회,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보수단체 5천명(경찰 추산 2천명)이 모여 국정원 진상 규명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