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9월 재입법 추진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장애인·성소수자·이주민·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계와 반(反)다문화단체 등이 출신 민족, 성적지향 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했던 국회의원들은 반대 여론에 떠밀려 입법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 차별 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고,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이어 지난해에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재차 권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꼽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법 제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9일 한국청년유권자연맹(대표운영위원장 이연주)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청년세대가 바라본 포괄적 차별금지법, 쟁점과 입법필요성’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국내 첫 동성 결혼을 앞둔 김조광수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는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돼 있지만 동성애자들에게는 평등하지 않다. 결혼을 선택할 수 없으며, 동성애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동성애를 미화하는 영화에는 거부감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혐오에 의한 반대로 인해 ‘성적 지향’ 조항이 빠져야 한다는 주장은 차별금지법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동성애자 권리를 존중한다고 해서 대다수 이성애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독립영화감독인 강의석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연령에 따른 차별과 교도소 수감자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광고 재학 시절 종교를 강요하는 학교에 맞서 1인 시위를 하다 퇴학당한 후 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 국회를 찾아갔지만 나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받기 어려웠다”며 “마지막으로 학교 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2010년 승소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2004년 학내 종교자유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2010년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는 교육기관에서의 종교교육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조혜인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평등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구체화함으로써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헌법상 선언과 차별적인 현실의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법 제정 과정에서 (차별금지사유가 삭제되는 등) 공식·비공식적으로든 ‘어떠한 사람은 조금 차별해도 좋다’는 메시지가 던져진다면 평등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이 갖는 의미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