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업 14년…“갓난아기 안고 유럽 출장도”
창업 3년 만에 500만불 수출탑 수상
일 고돼도 두 아이와 남편 생각하면 든든
내년 중국지사 현지법인화·국내시장 강화 계획
SLS는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수산물을 구입해 가공·수출·유통하는 수산물 전문 수출기업이다. ‘공정한 먹을거리, 진정한 공급(Fair Seafood, Real Supply)’ 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유럽 지역과 중동,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직원은 서울 본사에 6명, 중국 지사에 3명 등 총 9명이다.
김 대표는 창업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수산무역 업계에서 해외영업으로만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시와 스페인 문학을 좋아해 한국외대에서 서반아어를 전공했고, 교환학생으로 멕시코에 갔을 때는 국제기구 취업의 꿈도 키웠다. 그러다 국제기구 인턴십 신청을 해놓고 경험차 입사한 무역회사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입사 첫날 제가 회사 대표님께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여자니까 영업관리 정도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무역의 꽃은 해외영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전 해외영업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여자는 해외영업을 못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당시 대표님이 깜짝 놀라시면서도 선뜻 제게 기회를 주셨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해외영업팀의 여성 직원들은 남성 직원들을 돕는 후선 업무를 맡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성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분야에 뛰어든 만큼 매 순간 쉬운 일은 없었다. 김 대표는 “1999년 첫 해외 출장지였던 중국 상하이에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몸으로 느꼈다”면서 “물건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도 보람 있지만 내 세계관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해외영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0년간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해외영업팀장까지 올랐지만 잘나가던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에 휘청했다.
“당시엔 그동안 제가 회사에 쏟은 열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때 사장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제 사업을 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창업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창업을 하면 저뿐만 아니라 협력 공장, 바이어 등과 계속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회사를 만들 수 있었어요. 새로운 회사를 만들면 공장이 돌아가고 고용이 창출되니까요.”
2009년 SLS를 설립한 그는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영은 해외영업과는 또 달랐다. 회사의 빠른 안착을 위해 대표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관리에는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 직장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기에 고민 끝에 경영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새로운 바이어를 개발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 직장에서 개발한 네트워크를 그대로 가져오면 쉽지 않느냐는 분들도 계신데, SLS의 능력으로 새로운 바이어를 공략하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창업 첫해 매출의 90%는 신규 업체와의 계약이었다.
특히 일과 가정의 균형은 워킹맘인 그에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창업하던 해 둘째 아이를 출산한 그는 유럽 최대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안고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큰 박람회를 포기할 순 없었고 갑자기 모유 수유도 끊을 수 없어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아이와 함께 프랑스에 갔어요. 주위에서 ‘독하다’는 얘기도 듣고, 아이한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마음도 많이 아팠죠. 이런 딜레마는 워킹맘의 숙명인 것 같아요.”
인터뷰 시간 내내 환한 미소를 보이던 그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제는 엄마를 이해할 만큼 큰 첫째 딸과 한없이 아내를 이해해주는 남편 덕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요즘 해외영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중국 지사를 현지 법인화해 보다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국내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SLS이라는 이름에는 하늘(SKY)·땅(Land)·바다(SEA)를 연결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앞으로 프랑스의 퓨종처럼 한국의 명품 식품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