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을 이유로 예정된 국제대회 출전 불허
이슬람 극단주의자 위협 피해 비밀리에 훈련
리비아 여자축구팀이 종교적 극단주의로 인해 국제 대회 참가를 저지당해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독일 주최로 7월 23일 시작돼 28일까지 열리는 ‘디스커버 풋볼’(Discover Football)이란 이름의 이번 대회는 ‘2001년 아랍의 봄 이후 최대 규모의 중동 여자축구 경기’를 표방한 큰 대회로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튀니지 등 중동 국가들과 독일의 축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출전한 상황에서 리비아만 종교적 이유로 출전을 금지해 더욱 논란의 대상이다.
리비아 대표팀의 최연장자이자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엘-알라베드(37)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독일에서 경기를 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며 “이번 발표가 독재자 카다피의 실각 이후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고 슬퍼했다. 애초에 선수단의 출전을 허가했다가 갑작스레 결정을 변경한 협회 측은 “여성들의 축구 경기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라마단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동안 리비아에서는 여자축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여자축구단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위협을 피해 경호원을 두고 장소를 바꿔가며 비밀리에 훈련해야 했다. 지난해 9월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는 “여성들이 부적절한 옷차림을 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경기하는 여자축구는 샤리아법에 맞지 않는다”며 여자축구를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안사르 알-샤리아는 지난 6월 크리스 스티븐스 주 리비아 미국대사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또 리비아의 유명 전도사인 살림 자바르는 한 TV쇼에서 “여자축구에 입단한 리비아 여성은 자신과 가족에게 수치를 안겨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다피 시절 리비아에서 여자축구는 실내 경기장에서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혁명 이후에도 리비아 여자축구단에 대한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 때 티셔츠와 반바지 대신 긴소매와 긴 바지의 운동복을 입으며 대부분은 히잡을 쓴다. 선수단은 대회 홈페이지에 사진이 공개되는 것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