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민주당 임내현 의원이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구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임 의원의 해명대로 이런 식의 음담패설은 강의장이나 기자들과의 오찬장과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좋게 하거나 서먹함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재미와 웃음을 공감하고 뭔가 서로 친숙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긴장을 늦추고 한통속이 됐다는 연대감을 기반으로 그 다음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네 모임의 여전한 양상이다. 임 의원은 보통의 경우처럼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이제 농담도 제대로 못 하는 세상이 왔다고, 그동안 용케 걸리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임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한 ‘말실수’였다.

말은 조심하기 참 어렵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에,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조심한다고 해서 본심을 드러내는 실수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가 음담패설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설하고 그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재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한, 이 자리가 재미있는 농담을 해도 될 자리인지 아닌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또 이번 사례와 같이 임신이라고 하는 여성의 몸에 관한 중대한 결정이 남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고, 여성은 그저 남성의 성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한, 실수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분위기 유화용이라는 음담패설의 용도는 이미 1990년대 후반 이래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제정되면서 폐기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치 않는 음담패설은 성희롱인데, 다수가 이런 농담으로 웃고 떠드는 상황에서 누구도 쉽게 “나는 이런 음담패설이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발설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 음담패설은 농담성을 상실한 폭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부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여기자들에게 이 농담은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두 번이나 물었을 때 용인하는 분위기여서 꺼냈다”고 말했던 임 의원이 간과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노’ 하기는 쉽지 않고 불편하다는 의사를 밝히는 순간 정보가 유통되는 다음 모임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런 경우의 침묵을 ‘용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성희롱의 가해자들은 늘 항변한다. 왜 그 자리에서 즉각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느냐고, 나는 성희롱을 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때 얘기했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늘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성희롱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으며, 현장에서 이의를 표현하기 쉽지 않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논평처럼,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아서 대꾸하기도 난감한 고위 공직자 성희롱 행렬’이 끝날 줄을 모른다. ‘제수씨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가 여전히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고 있고, 18대 국회에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을 했던 전 의원 역시 방송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이 다른 불이익 없이 현직 수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 굳이 조심하거나 생각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고, 성희롱·성폭력과 관련된 사안의 당사자는 징계나 공식 업무 수행에서 배제되는 불이익 등의 엄정한 대가를 받도록 제도화하고 사회적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사안마다 단발적으로 소리를 높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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