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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9월 12일 인도 캘커타의 네티지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테

레사 수녀의 장례식에 한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여성 조문사절로 대

통령의 명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아침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1시 넘도록까지 치러진 장례식은 전세계

의 눈과 귀가 집중된 가운데 많은 국제적인 지도자들과 유명인사들

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인도의 나라아난 대통령을 비롯한 이태리,

알바니아와 가나에서 오신 네분의 대통령들, 방글라데시 수상, 벨지

움 여왕, 요르단과 스페인의 왕비, 미국, 불란서, 캐나다의 대통령 영

부인들, 호주와 독일등 여러 나라에서 달려온 장관들등 줄잡아 20여

개국이 조문사절을 파견하고 북한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거의 빠

짐없이 인도주재 대사들을 파견해 정중하게 테레사수녀를 조문했습

니다.

행사준비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무리 없이 치러지는 과정을 보면

서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성숙한 교양과 너그러운 품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살펴 본 바 대부분의 선진국 사절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

습니다. 대한민국이 여성장관을 파견함으로써 우리 나라도 어김없이

선진국 수준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세계화는 이제 우리가 바라보며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행

동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것도 후진국으로서가 아니라 77그룹

을 졸업하고 OECD의 일원으로, 또 다른 나라의 도움을 구하는 입

장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게 도움을 베풀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지난번 올림픽에서 세계 열강들과 경쟁하여 10위를 따냈습니

다. 경제발전은 한강의 기적을 배우려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

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거품도 빼고 합리적인 개선도 이뤄져

야 할 상황이어서 더욱 더 분발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으나 교역규모

는 세계적으로 10위에서 13위를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소득 1만

불을 넘어 서서 UN 1백85개 회원국 중에서 분담금을 내야 하는 순

위도 15위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유독 여성에 대

한 사회의 편견만은 최하위 수준의 후진국 위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 면에서 두드러진 여성차별을 실감하게 하는

분야는 정치참여와 공공부문의 상위직에서 여성진출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정치참여에 있어서 15대 국회여성 비율은 3%, 이로 인해 UNDP보

고서에 여성권한뉘뎔?94개국중 73위로 바닥권을 차지하고 있습니

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경우 기초의회는 1.5%, 광역의회는

5.7%의 여성참여로 여성의 능력이 거의 도외시된 불균형 상황을 드

러내고 있습니다.

공직참여를 보면 96년도 말 여성공무원은 25만3천9백17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27.9%를 차지하지만 5급이상 일반직 공무원중 여성은

2.5% 뿐입니다.

교육계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57.2%, 중학교

50.9%, 고등학교 24.6%로 증가추세인데 여교장의 비율은 초등학교

4.2%, 중학교 6.7%, 고등학교 4.1%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적신호

를 볼 수 있습니다.

직업에 있어서 여성은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취업의 기회가 적다는

문제는 앞으로 세계화 속의 열린 경쟁에서 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하

고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이 한없이 발달하고 정보화에 속도가 붙고, 고속 무한경

쟁 시대가 열리면서 국경이 의미를 상실하고 전세계가 하나의 생활

권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다 더 치열한 열린 경쟁이 요구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을 빨리 바꾸어야 합

니다. 그리하여 여성의 능력과 실력이 보태져서 절반만이 아닌 전국

민의 노력으로 선진 주도적인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앞당기기 위하여 정무(제2)장관실을 21세기 여성발전

을 위한 기반으로 삼아 제1차 여성정책 기본계획 (1998-2002)을 금

년 안에 마무리짓고 여성발전기금 1천억원을 목표로 확충할 생각입

니다. 정보화사회에 대비한 여성 정보종합 유통시스템의 구축도 시

작했습니다.

남녀평등을 위한 법제와 관행의 선진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여성

의 사회교육 강화와 여성분야의 국제협력 증진 등의 과제를 구체화

하여 실천에 옮기면서 한국여성의 참여를 극대화 할 때 세계 속의

한국은 세계화의 주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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