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랄라에게 보내는 탈레반의 공개 서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안겨준 말랄라 유사프자이(16)의 유엔 연설이 있은 지 5일 후인 17일, 탈레반이 말랄라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이 발표됐다. 탈레반의 고위 인물인 아드난 라시드의 이름으로 발표된 서한은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철학자 버트랜드 러셀 등을 인용한 장황한 내용 속에 사과도 해명도 협박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으며 조직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 편지임을 분명히했다. 아드난 라시드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암살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복역하던 중 지난해 탈레반의 교도소 습격 사건 당시 탈옥한 인물. 당시 습격이 라시드를 구출하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키스탄 탈레반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그는 “감옥에 있을 때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말랄라에 대해 처음 들었으며 당시 탈레반에 반대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충고하는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실명을 알 수 없었기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며 편지를 시작했다. 말랄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같은 유사프자이 부족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탈옥 후 은둔 생활 중 말랄라의 피격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자신이 미리 경고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고 했다.

그는 “탈레반이 당신을 공격한 것은 이슬람적으로 옳기도 그르기도 하며 당신은 죽어 마땅하기도 아니기도 하다”며 “모든 것은 알라가 결정하실 것”이라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당신이 학교에 가겠다고 주장하거나 교육을 사랑하기 때문에 공격한 것이 아니며 탈레반은 남녀 모두의 교육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공격의 이유는 당신이 이슬람 체계를 세우려는 조직의 노력을 비방했으며 글이 선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펜이 칼보다 강하기 때문에 탈레반이 학교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말랄라의 연설 내용에 대해 “영국의 침략 이전에 인도 대륙의 모든 이들은 읽고 쓸 줄 알았으며 가난이나 종교 충돌도 없는 풍요로운 곳이었다”며 그때로 돌아가기 위함이라는 장문의 해명도 첨부했다.

그는 또 헨리 키신저를 인용하며 “‘유대인의 노예’인 서양인들이 무슬림을 야만인이며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들은 글로벌 교육, 글로벌 경제, 글로벌 군대, 글로벌 무역, 글로벌 정부, 심지어 글로벌 종교까지 주장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이슬람 교리와 이슬람 법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라시드는 마지막으로 말랄라에게 “집으로 돌아와 이슬람 문화를 따르고 집 주변에 있는 여성 신학교에 입학해 알라를 공부한 후 이슬람을 위해 펜을 사용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이름의 사악한 어젠다를 위해 전 인류를 노예화 시키려고 하는 집단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앞장서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