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던져야 한 권의 책이 나옵니다”
“온몸을 던져야 한 권의 책이 나옵니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3.07.17 14:15
  • 수정 2013-08-0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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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외길 40여 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사진전 계기로 헌책방 부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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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주 객원기자

“모든 책은 만들어지는 순간 헌책이 되고

위대한 유산은 이 헌책 속에 들어 있다”

출판인의 길로 들어선 지 올해가 37년째. 그동안 3000여 권의 책을 만든 것 외에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와 예술인 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현실화 시켰다. 어찌 보면 ‘책’을 한참 넘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모두가 “책을 위해” 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올해 초 임기 3년의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역동적으로 책 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는 김언호(68·사진) 한길사 대표 이야기다.

한자 ‘책(冊)’자를 연상시키는 다소 엄숙한 느낌의 브라운 철제 건물로 된 출판단지 안 한길사 사옥, 그중에서도 3층 꼭대기에 온갖 책으로 점령당한 다락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한지에 연습한 붓글씨 ‘冊’자를 보여주면서 “요즘 시대엔 컴퓨터에 밀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글씨체가 망가지고 있다. 손이 아닌 ‘기계’ 글씨로 소설이나 시, 연애편지가 제대로 써지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요즘 한창 몰두하는 일은 7월부터 9월 20일까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서가 책 사이사이에 걸어 선보이는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전. 사진의 효과보다는 책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 어찌 보면 전후 삭막한 격동기에 한 사춘기 소년이 책에 매료됐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련한 향수, 이를 계기로 사그라져가는 책 읽기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려보겠다는 절박한 심정도 엿보인다. 그만큼 그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책, 책, 책…에 대한 얘기들로 점철됐다.

 

“스마트폰 때문에 책 멀리하는 젊은세대...

30~40년 후 국가 위기 닥친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에서 열리고 있는 김언호 대표의 책 사진전. 책꽂이에 사진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걸린 것이 이색적이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dosage for cialis sexual dysfunction diabetes cialis prescription do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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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보수동 같은 우리의 정신적 흔적을 잘 지켜내고 또 키워내는 일은 출판인들의 몫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어떤 곳인가. 6·25의 포화 속에 태어난 사람들이 정신적 혼란과 상처를 책으로 위로받던 곳 아닌가. 시골(경남 밀양) 출신인 나도 중학교를 마치고 부산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발견하고 ‘책의 바다’를 접한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4·19, 5·16 등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탱크가 도심 곳곳을 지키던 삼엄한 60년대 초반 전차를 타고 이곳을 들락날락하던 경험과 거기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출판인으로서의 지금의 삶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말끝에 “일본 동경에는 헌책방이 600개인데 서울에는 겨우 수십 개에 불과하다.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그곳의 책방거리를 살리지 못했다. 야만인들이 하는 짓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며 “겨우 생존해 있는 지역의 작은 헌책방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왜? “모든 책은 만들어지는 순간 헌책이 되고, 위대한 유산은 다 이 헌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철저한 신념, 그래서 “책은 내 운명”이라고 선언하곤 하는 그도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바로 “지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책 안 읽는 젊은 세대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독서빈곤 현상 이면엔 스마트폰이 있다. 너무 순간적이고 피상적이며 감성적인 데 치우쳐 깊이 있고 이성적인 성찰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이라는 것이 ‘내가 집에 간다’ 정도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수준의 정보에 시간과 물질,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책을 평생 꾸준히 읽지 않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길게 봐서 대학원까지 졸업해 제도권 교육이 끝나는 20대 중후반 이후 남은 60~70년을 어떻게 책을 멀리하고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문화복지 차원에서 다시 책을 읽히는 운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방 안 메고 가게 하기 위해 단말기를 지원하는 데 수조 원을 쓰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한마디로 아이들을 망치는 발상이다. 종이책의 향기를 맡고 손으로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면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간략히 말하면 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기계로 대체해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민족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상상력이고, 이는 바로 책에서 나온다. 책을 안 읽는데 어디서 도덕성, 사회정의, 민주주의를 배울 것인가. 세계 경제대국에 들어선 대한민국, 책을 안 읽고 10년, 20년은 어떻게 굴러가겠지만 30~4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 

 

“출판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하는

노동이고 아트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문자 미디어 대연대’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안으로 나온 전자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종이책 읽지 않는 사람이 전자책이라고 읽겠느냐”면서 “전자책은 수단일 뿐, 종이책이 번성하지 않으면 좋은 전자책 역시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근래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인문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인문학뿐”이라고 일갈한다. 정통 인문학보다는 처세론적 인문학이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한길사가 펴낸 책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김 대표의 주요 사진 소재 중 하나인 헌책. 스마트폰 시대, 책을 멀리하는 젊은 세대에게 헌책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것 역시 출판인의 중요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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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1995년에 시작해 2007년 15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가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마까지 달려가 저자를 만나 설득해 출간을 감행한 것으로, 역사 쓰기와 읽기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시 1994년 기획해 2004년에 완간한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도 22권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서히 호응을 얻어 8월에 3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 김명호 교수(성공회대)의 ‘중국인 이야기’도,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오랜 숙성 끝에 탄생하는 라이프 워크”다. 책에 대한 의논 기간만도 4년이다. 그의 수첩 메모에 따르면 저자와의 만남이 300여 회에 달한다. 전화 통화는 말할 것도 없이 수천 건. 이런 노력 과정은 출판인이자 편집자인 그가 저자로부터 현대 중국을 만든 중국인들의 사상과 실천을 직접적·집중적으로 공부한 기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논문을 인용하는 지름길을 애써 피해 원전 증언 회고록 보고 보도 등 방대한 1차 자료에 대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근현대 동양사에 대한 특이한 구어체 형식의 현장적이고 생생한 탐구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인정신과 내공이 없었더라면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그런데, 그는 의외로 머리가 아닌 몸의 역량을 말한다.

“책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그래서 일찍이 플라톤, 칸트 등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했던 ‘손’의 철학을 존중한다. 책을 만드는 일은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도 같다. 농부가 손으로, 발로 온몸으로 일하듯, 조금이라도 손을 더 봐주고 정성을 쏟으면 더 나은 농작물이 나오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기획력뿐 아니라 교정교열·디자인·판매 등 온갖 손의 노동을 통해 책 만드는 일을 배웠다. 40년 가까이 책을 만들면서 실감하고 있는 것은 편집기획자인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믿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믿지 않는다. 출판인은 모든 책의 1차 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 만드는 사람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콘텐츠여야 독자들의 동의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후배 출판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자신을 던져서 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책 만드는 사람이 완전히 함몰돼 다듬고 다듬어야 독자들이 가슴에 품고 싶은 아름다운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의 미학적인 면 역시 독자를 감동시키기에 연륜이 쌓일수록 출판인은 아티스트가 돼야 하고, 좋은 출판인이 없으면 좋은 작가 역시 나오지 않고, 한 시대의 사조 역시 형성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한다.” 

이 맥락에서 그가 80년대부터 지치지 않고 주장해온 것이 바로 ‘출판편집자 일천 명 양성론’.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진 출판편집자 1000명만 있어도 이 나라의 학문과 정신은 담보된다”는 것이다.

“때론 수십 권, 혹은 수백 권 팔릴 책이라도 출판계에서 외면 받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극히 전문적이고 다양한 이런 책의 출판에 대해 출판사 개인 차원에서 손익을 다 감당할 수는 없다. 정부의 문제의식과 지원이 필요하다. 60·70년대에 산업기술자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서 경제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면 이제부터는 문화 콘텐츠를 담당할 기획자와 편집자들이 정말 필요하다. 과학기술자를 키워내듯 육성해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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