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내세우며 여성 하대하는 풍경 불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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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양한 형태의 가족 모습이 일일연속극에서 그려지고 있다.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영되는 일일극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족 변화상을 보여줄 때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오락물로서의 역할 만큼 현실 재구성의 인식과 문화 전달자로서의 방송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공중파 시청률 1위(18.4%)를 달리고 있는 KBS 1TV의 ‘지성이면 감천’(김현희 극본, 김명욱 연출)에는 동네 빵집 ‘진사당’의 3대 가족과 영화제작사 ‘부귀영화’ 의 3대 가족, 김주희 KBC 아나운서국장의 2대 가족이 큰 축을 이룬다. 이들 두 가정에는 모두 입양한 딸이 있다.

‘진사당’엔 성실하고 마음 따뜻한 아버지(이기영)와 할머니(정혜선), 세 딸, 이혼한 둘째 딸(김채연)의 딸과 종업원 동욱(임윤호)이 가족으로 나온다. 할머니는 막내 손녀 최세영(박세영)을 입양한 후 한때 잘나가던 가세가 기울었다며 말끝마다 구박이고, 세영은 어디서고 입양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 착한 성품으로 아나운서의 꿈을 이뤄낸다.

태평 한씨 종갓집임을 내세우는 한용덕 회장(전무송)의 가족은 영화사 사장(길용우)과 전직 아나운서인 며느리(양금석), 방송국 PD인 손자 한재성(유건)과 대학생 손녀(하연주) 외에도 며느리의 동생인 영화감독(이세창)이 함께 살고 있다.

김주희(심혜진) 아나운서국장에겐 어릴 때 입양됐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같은 방송국의 아나운서인 딸 이예린(이해인) 외에 유학파인 영화사 제작 프로듀서인 아들 부부가 가족.

그리고 20여 년 만에 나타나 간 이식을 요구하고,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 이예린의 생모 장미화(홍진희)와 예린의 보육원 친구 안정호(박재정)는 1인 가족이다.

드라마는 친부모 찾기를 방해하려고 손잡은 이예린-장미화 모녀의 날선 갈등 만들기와 함께 최세영-한재성 PD-이예린, 최세영-안정호-이예린의 삼각 애정구도 외에 빵집 종업원 장동욱을 둘러싼 이영(김채연), 한재성의 동생 기은(하연주)의 애정 라인도 긋고 있다. 이예린-장미화 모녀의 음모에 가까운 협동작업은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해 ‘막장’ 수준이다.

드라마는 방송국 내부를 주무대의 하나로 보여준다. 교양 프로그램의 PD와 작가, 진행자들의 움직임을 통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명암을 비추고 신입 아나운서의 교육과정도 알려준다. 또 종갓집 며느리의 고단한 모습도 보여준다.

모든 방송은 계획된 것이다. 더군다나 드라마에선 대사 한마디, 카메라 앵글 등 설정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현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 이 드라마에서 최근 이해되지 않는 ‘장치’가 자주 드러난다.

며느리의 남동생이 누나의 집에 신혼살림을 차린다는 설정이다. 40대인 영화감독 이성수가 방송작가인 일영(임지은)과 결혼하고도 독립적으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누나 집, 더군다나 사돈어른이 계신 댁에 들어간다. 게다가 종갓집의 가풍이라며 한씨 집안의 남성들이 식사할 동안엔 뒤에 병풍처럼 서서 시중을 든다는 설정이다. 캥거루족으로 그린 부분도 도가 지나치다. 묵은 관습을 깨는 역할에 동생 댁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라고 해도 선을 넘었다.

뿐만 아니다. 20여 년 전 딸을 잃어버린 김주희 국장의 딸 찾기의 단서를 만들기 위함인지 1일 방송분에선 방송국 사장과 국장이 신입 아나운서와 만나는 자리에서 세영에게 “눈이 똘망똘망하다” “나이가 몇이냐?” “예전 김주희 아나운서 입사 때와 닮았다” 등 사적인 질문을 자연스럽게 쏟아낸다. ‘성희롱’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을. 국장이란 분은 한 술 더 떠 “이예린 아나운서도 27살”이라고 자랑스럽게 추임새까지 넣는다. 일반적으로 직장 생활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상사라고 하여, 연장자라고 하여 공적인 자리에서 여자 직원의 외모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기대하지 않았던 역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곱씹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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