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등 7명 여성 작가 재연
죽음을 재연한 충격적인 내용에 거센 비판
여성 작가들의 죽음을 재연한 패션 문화 잡지 ‘바이스’(Vice)의 사진 화보가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자살을 미화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잡지 바이스는 30여 개국에서 무가지로 발행되고 있는 월간지. 젊은이들의 서브 컬처를 다루며 독특하고 거리낌 없는 내용으로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때로는 충격적이고 역겨운 내용으로 비판과 호응을 한꺼번에 받기도 한다.
여성을 주제로 한 최신호 ‘픽션 속의 여성’호에서 논란이 된 것은 사진 화보. ‘마지막 말’(Last Word)이라는 제목의 화보는 버지니아 울프, 아이리스 장, 샬롯 퍼킨스, 실비아 플래스, 산마오, 엘리스 코웬, 도로시 파커 등 여성 작가 7명이 죽음을 맞는 순간을 사진으로 재연했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파커를 제외하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이다. 각 사진에는 인물의 생일과 사망일, 출생 도시와 사망 도시, 사망 이유 등이 적혀 있다.
모델들이 재연한 사진의 내용은 조용한 충격을 안겨준다. 부엌에 가스를 틀어놓고 오븐에 머리를 넣은 채 죽은 실비아 플라스를 재현한 모델은 무릎을 꿇은 채 가스 오븐을 응시하고 있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이리스 장은 자동차 안에서 눈을 감고 입에 총을 겨눈 모습으로 재연됐다. 큰 돌을 들고 강으로 들어가는 버지니아 울프, 목에 끈을 감고 서 있는 산마오의 모습도 있다.
충격적인 사진은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작가 미셀 필게이트는 온라인 뉴스 ‘살롱닷컴’에 게재한 칼럼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가 여성만 있는 것도 아닌데 자살한 여성 작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여성이 약하고 상처받기 쉽다는 특성, 그리고 그 연약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표출하기 위한 것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편집진은 기사에서 이런 화보를 기획한 의도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 온라인 뉴스 ‘비치’는 ‘여성 작가인 내가 자살하지 않을 99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바이스를 비꼬았다. 작가인 아야 드 레온은 바이스에 실린 실비아 플라스의 사진을 패러디해 오븐 속에 잡지를 넣는 모습의 사진을 찍어 글과 함께 실어 바이스를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스 편집진은 웹사이트에서 다른 기사는 그대로 둔 채 사진만 삭제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배포된 잡지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 편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스는 항상 사진에서 독특한 예술적 관점을 유지하려 애썼다”며 “이번 사진으로 상처받았거나 불쾌감을 느낀 독자들에게 사과 드리며 웹사이트에서 화보를 삭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