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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을 맞은 여성신문은 지난 88년 여성신문의 태동에 일조

한 창간 독자 2명과 본지 이계경 발행인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

다. 초창기 독자가 9년 동안 지켜본 여성신문의 변화와 발전상에 대

해 2시간 동안 나눈 얘기들을 요약, 정리했다.

이계경:여성신문이 그동안 여성문제를 대변하면서 문화운동 측면에

서 대안매체로서의 기치를 내건지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생활속에

서 변혁을 추구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미래지향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목적을 갖고 신문을 만들어왔어요. 창간 독자

로서 변화상을 어떻게 느끼십니까?

박정윤:저는 여성신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남에게 얘기할 때 우쭐

해지는 것을 느껴요. 특히 성폭력 관련 기사의 경우 다른 신문에서

는 나오다 마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성신문은 꾸준히 추적기사를 게

재하면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았어요.

이:자부심을 함께 공유하는 독자시군요. 성폭력 관련 기사의 경우

창간호 때 기재된 변월수, 강정순씨 사건이나 90년 김부남 사건을

집중 보도해 성폭력이 한 여성에게 수치스러운 일로 끝나는 것이 아

니라 하나의 범죄로서 사회에서 인정하도록 과감하게 폭로한 것이

큰 성과였죠. 사실 창간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여성신문이 과연 얼

마나 갈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9년을 살아왔다는 것만으

로도 발행인으로서 뿌듯합니다.

윤순영:초창기 때의 강렬하고 딱딱하던 분위기에서는 많이 탈피한

것 같아요. 보통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면이 늘어난 것 같아 예

전보다는 신문의 성격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박:영화나 텔레비젼의 각종 프로그램을 여성학적인 시각에서 다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시사칼럼도 관심있게 읽고 있지요. 특히 예전

에 연재했던 동시통역사 김지명씨의 칼럼은 저도 같은 직업을 같고

있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읽었어요. 동시통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

을 씻어 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이야기여성사에 기재되

었던 원불교 박청수 교무님과 그의 어머님 얘기를 재미있게 읽었어

요. 제가 어떤 회의에서 그분에 대해 통역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윤:예전에는 환경문제를 다룬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이:요즘에 여성기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사와 함께 경제면에

치중하느라 그렇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특히 작년과 올해에 여대생

취업 기사에 중점을 많이 두었어요. 여성자원을 발굴해 우리신문이

인력뱅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지

요. ‘유망직종’을 연재했던 것도 취업이나 재취업에 관심있는 여

성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요.

윤:작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명예퇴직 여파로 역시 여성의

경제력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으니 시기적절한 기획이었던 것

같군요. 더구나 요즘은 보기드문 취업대란으로 여학생들은 더욱 불

리한 상황이라 여대생 취업정보는 유익한 정보였던 것 같아요.

이:주변에 혹시 여성신문을 권해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윤:여성신문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신문이 하나쯤 있

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죠. 다른 매체가 워낙 상업적이고 흥미

위주라 상대적으로 여성신문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재

미가 없더라도 도움되는 얘기니까 보라고 권유 합니다.

박: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한번 읽어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아요.

앞에서 얘기했지만 주로 모임에서 화제가 되는 얘기에 대해 제가 여

성신문에서 본 내용을 말하다 보면 사람들이 물어보죠. 어떻게 그렇

게 잘 아느냐고요. 그러면 여성신문에서 봤다고만 얘기합니다. 그러

다 보면 사람들이 그래 나도 한번 볼까 그런 식이죠. 여성신문을 몰

라서 못보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이:그동안 여성신문의 표지가 많은 변화를 거쳤는데 어떻게 느끼셨

어요?

박:요즘이 예전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시원해 보이고. 초창기에

는 그림을 많이 그렸죠.

윤:그때는 그림이 좀 강했죠. 지금은 분할된 면이 많아 좀 산만해 보

이는 것 같아도 일목요연하게 목차가 한눈에 들어와 어떤 면을 먼저

볼지 선택이 가능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박:여성신문 주최로 다양한 문화공연도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요. 반

응은 좋았나요?

이:그동안 뤼미에르극장, 코아아트홀과 연결하여 독자초청 무료상영

도 가졌고 얼마전에도 바순독주회 무료초청권도 배포했는데 독자들

의 호응이 대단했죠. 그 외에도 열린문화제 등을 매년 개최하는데

여성신문이 주최하는 공연이라면 일단 믿는 것 같아요.

또 평등부부를 선정해 시상하는 것도 생활속에서 변혁을 시도하는

운동이었고, 교육문화원 강좌도 여성의식을 심어주면서 취미와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여성주의 연극을 후원하

는 등의 행사는 독자와 여성신문간의 신뢰와 애정을 단단히 묶어간

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윤:의학정보를 싣는 면은 사소한 일로 일일이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보가 많아서 좋아요.

박: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소식은 일간지에서는 거의 접할 수 없는

기사인데 여성신문을 통해 많이 알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윤: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을 소개하는 지면이 부족한 것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너무 화려한 경력의 여성들만 소개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요.

박:너무 잘난 여자들만 나오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여성들조차 일간신문에서는 거의 부각되지 못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끊임없이 발굴해서 소개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요.

이:저희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성공한 여성들의 기사가 사실 위화감

을 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성들에게는

성취동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보지요. 사실 저소득층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실어보려는 노력을 많

이 하고 있지만 본인들이 극구 사양해 취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

다.

박:요즘에는 광고모니터 기사가 안나오더군요. 열심히 읽던 기사였는

데. 예전에 여자를 얼룩말로 표현한 광고를 비판한 기사를 광고모니

터란에 게재해 놓고도 한동안 관련 광고가 전면으로 계속 기재된 일

도 있었죠.

이:예, 알고 있어요. 그때문에 항의전화도 많이 받았죠. 우리 신문이

되도록이면 지나친 상업광고를 지양하고 있지요. 여성비하적인 광고

는 당연히 안싣고요. 광고필름의 경우 광고국에서 받은 필름을 그대

로 받아 싣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어요. 저는 경영주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문제와 부딪쳐 고민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이 관심

을 갖고 늘 지적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윤:‘언론을 생각한다’라는 연재칼럼은 매우 신선했어요. 또 지난번

‘해외여성’에서 힐러리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암탉이 울면 집안

이 망한다는 속설을 내세워 대부분의 언론에서 힐러리를 평가절하하

는 반면 여성신문에서는 역설적으로 힐러리의 능력을 부각시킴으로

써 그녀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좋

았던 것 같아요.

이:작년부터 여성신문이 여성문제만을 다루는 특수주간에서 일반주

간으로 바뀌었어요. 앞으로는 정치문제와 시사적인 면을 강화할 계

획입니다. 또한 생활정보 제공에 치중하다보니 소비자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보에 좀 약했던 것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박:여성신문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통일문제를 좀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거예요. 예전에도 여성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북한여성들의 생활

모습과 같은 기사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해요. 남북간 위화감을 좁힐

수 있는 기사를 한번 기대해 보고 싶어요.

윤:맞아요. 사실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통일문제는 좀 부정적인 것 같

아요. 독일에서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들었다는 뉴스가 전해진 것이

그 원인이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와 같은 기성세대는 통일을 절대적

인 것으로 여기지만 젊은 세대와는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여러가지 의견 감사합니다. 초창기때부터 저희 신문을 도와준 많

은 주주들과 독자들과의 연대가 돈독해 지금까지 여성신문이 지켜진

것 같아요. 두분을 비롯해 초창기부터 꾸준히 신문을 봐주시는 독자

들 때문에 여성신문 직원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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