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거대 담론에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안 의원이 줄곧 주창한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한국사회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

안철수 의원이 최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는 인사말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주거와 보육, 교육, 노후, 일자리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를 함께 아우르는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안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노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공식화했다.

싱크탱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민주 대 반민주’ ‘반통일 냉전수구세력 대 좌경용공 친북세력’ 등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가주의적 단원주의 대신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진보적 자유주의는 이런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 정당의 정치 노선으로 제시됐다. 진보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따른 양극화와 불평등을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뜻하고 자유주의는 평등과 결사의 자유를 강조한 이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내일’ 창립을 계기로 안의원의 신당 창당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안의원 측은 7월에 전국 3개 지역을 돌며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세미나가 안철수 진영의 전국적 세력화 작업의 구심점이 될 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올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역 인재 발굴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 이사장의 지적처럼 기존 여야 정당 체제는 진영 간 극단과 대립의 정치로 정치 불신을 촉발시켰으며 “소수 의견과 부분 이익의 표출은 억압됐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기존의 여야 구조를 깨기 위한 제3정당의 출현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인물 중심 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 이사장은 “정당이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조직을 관장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일, 그리고 소명의식을 갖는 유능한 정치인 집단을 양성하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안철수 신당이 안 의원과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인물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신당이 한명의 특정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한다면 기존 정당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둘째,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정당의 부속물로 간주되고 비대한 중앙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패러다임을 바꿔 새 정치를 하려면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정당은 의정활동을 위한 보조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원들이 당 대표와 계파 보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신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0년 한나라당에서 활동하던 시절 제시한 적이 있다. 결국 정치 노선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문제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와 보수를 뛰어 넘는 중도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런 정치 노선은 분명 새로운 정당의 이념으로 제시될 진보적 자유주의는 잘 부합되지 않는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결국 ‘센터 레프트’(중도 좌파)를 지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안 의원이 이념적 정체성을 둘러싼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신당 창당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 의원은 작년 대선 때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의원의 신당 행보는 정치적 파괴력 여부와 상관없이 분명 정치사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새 정치를 열망하는 일반 국민은 ‘진보적 자유주의 대안 정당’과 같은 거대 담론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안 의원이 줄곧 주창했던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오히려 한국 사회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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