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보는 ‘여성 정치인’ 특징은?

미국의 유명 정치인인 힐러리 클린턴과 세라 페일린은 분명히 다른 인물이다. 각자가 호소하는 지지층이나 정치신념과 정책, 심지어 옷 입는 스타일도 전혀 다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한 가지, 바로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이라는 점은 정치인에게 있어 장점이 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여성 정치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변이 될 수 있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어 화제다.

‘정치심리학’ 최근호에 발표된 ‘여성 정치인의 고정관념 측정’이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저자인 모니카 슈나이더 마이애미대 교수와 안젤라 보스 우스터칼리지 교수는 “유권자들이 여성 정치인에 대해 애증이 엇갈리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 정치인을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정의 내리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정치인의 경우 ‘야망이 있다’거나 ‘경쟁심이 강하다’는 등의 꼬리표를 쉽게 붙이지만 여성 정치인의 경우 고정관념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설문을 통해 일반 여성과 여성 정치인을 표현하는 특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형용사를 여성 정치인의 특성으로 꼽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참여자의 93.5%가 여성을 정의하는 특징으로 ‘여성적’(feminine)이란 말을 사용했지만 여성 정치인을 ‘여성적’이라고 대답한 경우는 그 절반인 45.5%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높은 응답 비율을 기록한 ‘감정적’(emotional)의 경우 93.5%와 29.4%, ‘배려하는’(caring)은 97.8%와 27.5%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매력적인’이란 의미의 ‘골저스({gorgeous)’의 경우 84.8%가 여성의 특성으로 꼽았지만 이를 여성 정치인의 특성으로 꼽은 사람은 없었다. 반면에 남성 정치인은 일반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공유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렇다면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다는 점은 이들에게 장점이 될 수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적이다. 여성 정치인은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가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정치인과 비교해 리더십과 경쟁심 등의 특성도 부족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고정관념’이란 강력한 힘을 가진 이미지이며 특히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러 갈 때 고정관념이 큰 역할을 한다”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고위직에서 남녀평등에 장애가 되는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