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최저임금이 이슈가 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에 맞춰 자신의 임금도 오르게 되는 노동자들의 수만 해도 258만 명에 달한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근거가 되는 법률은 최저임금법이다. 1988년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것이니, 결국 정부 추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올해의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다. 노동자위원은 21.6%를 올려 591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측에서 5910원을 주장하는 근거는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 5910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상 노동자위원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차피 노동자 쪽 위원의 수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늘 막판에 약간의 인상을 하는 것으로 결정돼왔다. 최근의 인상률은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높은 인상률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출발점이 워낙 낮았다. 2000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은 시급 1865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낮은 금액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몇% 올라봐야 생계비도 안 된다. 지금의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계산하면 월 100만원이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이 돈으로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혼자 생활하기도 힘들다. 1인가구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145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해봐야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외국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30%대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노동자 평균임금 50% 수준이나, 유럽연합이 권고하는 60%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개념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생활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60% 정도를 의미한다. 최근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물론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올리기 힘들 수는 있다. 그렇다면 생활임금으로의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세우고 공공부문, 대학, 일정 규모 이상 기업 등이 직·간접으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부터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미 서울의 노원구청, 성북구청 등에서는 생활임금 보장을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하고도 가난에 허덕여야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는 큰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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