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여성의 한국생활 고백 수기 화제
지나친 외모지상주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 비판
초등학생의 ‘외모 왕따’, 여고생에 성형 광고 충격
‘인구 대비 성형 횟수 세계 1위’라는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기록을 가진 ‘성형대국’ 한국. 이런 한국의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1년여의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귀국했다는 한 미국 여성의 고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쿠바·필리핀·한국의 피를 가진 20대의 미국 여성 애슐리 페레즈는 소셜미디어 매체 ‘버즈피드’(Buzzfeed)에 게재한 수기에서 “대구에서 1년간 초등학교 기간제 영어교사로 일하는 동안 ‘뚱뚱하고 피부색이 검으며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페레즈가 쓴 글의 서두는 긍정적이었다. 여행을 좋아해 아시아 각국을 여행했다는 그는 “한국에 살면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라며 “한국인들은 친절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페레즈는 조상의 조국인 한국에서 일하게 됐을 때 매우 기뻤다. 하지만 젊은 여성의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태도와 획일적인 미의 기준은 페레즈에게 상처를 남겼다. 페레즈는 자신이 둥근 얼굴과 광대뼈라는 한국인의 외모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인 동료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문화에서는 외모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로도 그룹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인의 미의 기준에서 페레즈는 너무 키가 크고 뚱뚱하며 피부색이 검었다. 영어교사로서 한국인이 선호하는 백인의 외모도 아니었다.
8사이즈(한국 사이즈 77)의 페레즈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자신이 못생겼다거나 뚱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미국 여성에 비해 날씬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페레즈는 자신이 “고래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거리의 옷가게에서 파는 최신 유행의 옷들은 ‘프리 사이즈’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지만 너무 작아 맞는 옷이 없었고 화장품 가게의 점원에게서 “피부색이 검어서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주변에서 경험한 사례도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울고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피부가 검어서 남학생에게 ‘아프리카 시장’이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20대 후반인 동료 여교사가 살을 빼기 위해 검은콩과 포도, 다이어트 셰이크만을 먹는 식단을 고수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고등학교 교문 밖에서 여고생들에게 성형외과 광고 전단을 배부하는 모습도 충격이었다.
기간제 교사로 1년이 지난 후 페레즈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조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에서 ‘나는 못생긴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일이 힘들었다”고 고백한 그는 화장을 안 하고 출근했을 때 ‘못생긴 선생님’이라는 아이들의 놀림과 거리를 돌아다닐 때 자신을 바라보는 경멸 섞인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살아가기에 내 외모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한국인들은 ‘내면의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고 씁쓸한 마음으로 글을 맺었다.
들뜬 마음으로 조상의 나라에서 생활을 시작했던 한 여성의 좌절은 ‘성형대국’ 한국의 외모지상주의가 이대로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