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문제로 남남갈등의 빌미 주면 안 된다…
남북문제와 국가 안보에 있어 초당적 협력체제 구축해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됐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굴종·굴욕 강요 행태는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단순한 의전 문제를 구실로 회담을 무산시킨 북측은 처음부터 회담에 전혀 뜻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 회담으로 막힐 대로 막혀 있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을 기대했지만 다소 실망스럽다. 이번 사태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지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향후 남북대화가 실효성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는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남북문제는 길게 호흡하면서 감상주의에 쉽게 빠져서는 안 된다. 상당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남북 당국회담 제의 수용 뒤에 숨어 있는 의도를 의심했었다. “대화로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아니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술수일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데 청와대는 흥분해서 지나치게 성급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수용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반응을 전했다. “그동안 국민들께서 정부를 신뢰하여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뒤늦게라도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의중을 전했다. 북측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는 대통령의 성급한 발언이 오히려 북한의 오판을 가져온 것 같다. 대한민국이 남북회담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북한이 몽니를 부려도 결국 우리 정부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매사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거나, 대통령의 의중을 성급히 밝혀서는 안 된다.

둘째,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기 때문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할 수 없다”는 합의를 내놨다. 더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일은 남북 간 문제이고 모든 이슈와 엮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못박은 셈이다. 우리 정부도 북핵 문제의 선결 없이는 어떤 전향적인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해야 한다.

셋째, 대북 문제로 더 이상 남남(南南)갈등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번 남북회담 무산으로 남북관계가 상당 기간 미로 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거에는 남북 문제가 꼬이면 여-야, 진보-보수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남남갈등이 심화됐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 문제와 국가 안보에 있어서 여야 간 초당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마침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진보가 과거의 낡은 사고 틀에 갇혔다”면서 통렬하게 반성했다. ‘패권주의와 비민주성, 종북주의, 노조 편향성’ 등 진보 정당의 3대 문제를 모두 반성한다고 했다. 이는 진보정당이 안보불안 세력으로 인식되는 한 미래가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정부 여당은 모처럼 맞이한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만이 아니라 여야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남북 문제에 힘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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