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김숙임 상임대표
통일부 후원 ‘남과 북 여성의 삶 이야기 나누기’ 프로그램 진행
“조각보는 여성과 서민을 뜻하는 거예요. 조선시대 때 가난한 여성들이 큰 천을 구할 수 없어 조각 천을 모아서 밥상보나 이불을 만든 것에서 유래한 것이죠. 조각 천은 하나하나 다르지만 함께 모였을 때는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여성들 개개인의 다양성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입니다.”
2011년 8월 창립한 사단법인 조각보는 여성적이고 평화적인 감수성으로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 여성단체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창립 멤버로 오랫동안 여성평화운동에 투신해 온 김숙임(57) 상임대표는 “평화와 통일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에 여성들이 무력하게 있어도 되나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어요. 평화 단체나 통일 단체가 많지만 전쟁 상황에서 대중은 전쟁의 대상이 돼버릴 뿐 대중이 주인이 돼 전쟁을 막고 이겨내는 단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중이 스스로의 생명과 존엄, 안전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자고 뜻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조각보에서는 남과 북의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립 당시부터 꾸려졌던 이 모임에서는 남한 여성과 북한 출신 여성 20여 명이 모여 결혼과 부부 생활, 휴가, 김장, 송년회 등 일상의 소소한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에 대해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동포(조선족)와 사할린 출신 여성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여성평화운동이 이제는 남과 북뿐만 아니라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이주민 분쟁지역까지 성과 인종, 민족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성평화통일의 주체를 새롭게 확장하고 콘셉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조각보는 올해 통일부 후원으로 ‘남과 북 여성의 삶 이야기 나누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통일 이후 갈등이 심했던 동·서독 주민들의 내적 통합에 기여한 독일 동서포럼의 ‘삶 이야기 나누기’ 괴델리츠 모델을 한국 사회에 적용한 것이다.
“괴델리츠 모델은 동·서독 주민 10명이 2박3일 동안 아름다운 곳에 가서 삶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선입견을 극복해 동·서독의 내면적 화해를 확대한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에서도 ‘남과 북 여성의 삶 이야기 나누기’ 운동을 통해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화해를 위한 사회통합 모델을 만들어 실질적인 통일시대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전문가 워크숍과 사회자 교육을 마친 이 프로그램은 11월까지 서울과 대구, 강원지역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