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로드맵] “여성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가능할까”

정부가 야권과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5년 뒤인 2017년까지 시간제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로드맵을 통해 5년 내 창출되는 일자리 238만 개 중 38.7%인 93만 개가 시간제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 개를 창출하고, 2003년 이후 63~6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용률을 박근혜정부 임기 내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4개의 법률이 제정 또는 개정되고, 모두 13개 부처가 137개 실천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근로시간 줄이고 시간제 늘려 고용률 70% 달성

이번 로드맵은 기존 고용창출 시스템인 ‘남성·장시간 근로·제조업·대기업’이라는 중심축을 ‘여성·중소기업·서비스업’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내년부터 ‘시간제 일반직 공무원’을 채용하고 신규직제정원과 즉시도입가능 직무를 시간제로 전환하며, 시간제 교사 채용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원 재분류를 통해 시간제 근무 가능 분야를 발굴하고 직제 개정 시 시간제 공무원 정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법률, 회계, 통·번역 등 전문 직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시간제 전환을 추진한다. 기존 공무원의 시간제 전환도 적극 허용하고, 이에 따른 잔여 시간 범위 내에서 시간제 채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기업은 세제 및 사회보험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해 돌봄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노인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식으로 돌봄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양대 노조 “질낮은 시간제 일자리 양산 우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해법을 여전히 노동시장 유연화, 특히 시간제 일자리 같은 허황되고 악용의 소지가 다분한 방식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은 결국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만 하면 그만이지,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거나 악용되든 상관 않겠다는 말”이라며 “고용률 70%라는 것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논평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로드맵을 한마디로 “의지의 과잉과 전망의 부재”라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핵심 과제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을 한 흔적은 보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상당히 미흡하다”며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위해 차별이 없는 일자리, 기본적 근로조건 보장(최저임금, 4대보험 등)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현재 차별을 받고 있는 시간제 노동자들과 학교 비정규직 등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정책이 현실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엔 상당히 미흡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는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결국 기업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 여성은 73%에 달하고, 시간제 근로자들은 사회보험 가입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임금도 비정규직의 43%, 정규직의 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질 낮은 일자리”라며 “이번 로드맵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다는 말만 있을 뿐, 처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질을 담보하지 않은 시간제 일자리의 양적확대는 멈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간제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되려면 비례임금제, 차별없는 처우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결국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노동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고용률 70% 달성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2년까지 확대·시간제 공무원 채용 추진

한편 이번 로드맵에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재취업 기회를 늘리기 위한 지원책이 포함됐다. 우선 내년부터 기존 만6세까지였던 육아휴직 허용 자녀의 나이를 만9세로 늘리고 출산휴가 시 육아휴직까지 일괄 신청되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한다. 또 육아휴직(1년 한도)과는 별도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1년 한도) 제도를 강화해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토록 하고, 육아휴직도 3회에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신·출산·육아휴직 여성의 퇴사가 많은 기업을 선별해 일·가정 양립제도 운용 실태도 집중 점검한다. 육아휴직 대체인력도 시간제로 활용 시 지원금 규모를 늘려 최대 2명까지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일자리 중심의 보육 서비스도 확충된다. 국공립 및 공공형 어린이집을 2017년까지 추가확충하고 시간연장 보육, 24시간 보육, 방과 후 보육을 확대하고 일시보육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보육서비스도 다양화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확대를 위해 설치 기준이 완화되고, 설치·운영비 지원 확대 등 기업 부담도 경감된다.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현재 13개인 스마트워크센터도 5년 뒤 26개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