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공개 서한… 콘텐츠 감시, 관리자 교육 강화 요구
성차별 게시물 타깃 광고 노출 기업에 삭제 요구 운동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여성 비하 콘텐츠 퇴출을 위해 여성들이 뭉쳤다. ‘여성과 행동, 미디어(WAM)’ ‘에브리데이 섹시즘 프로젝트’ 등 47개 여성단체는 지난 5월 21일 페이스북 앞으로 페이스북상의 성차별 콘텐츠 및 광고 추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미화하는 콘텐츠 적발 △성차별적 발언을 적발하고 제거하기 위한 관리자 교육 △온라인 성폭력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관리자 교육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공개서한에는 여성 비하 콘텐츠의 대표적 사례가 소개됐다. ‘창녀의 자궁을 차버리자’ ‘재미로 친구를 강간하기’ 등과 같은 이름을 가진 페이지에는 구타당하고 묶여 있거나 피 흘리는 여성 사진들이 ‘이 년은 입을 다물어야 할 때를 모른다’라거나 ‘다음번에는 임신하지 마’ 등과 같은 자막과 함께 게시돼 있다는 것. 특히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사진이 버젓이 게재되고 모유 수유 사진이나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 등은 포르노그래피로 분류돼 관리자에게 삭제되고 있다”며 콘텐츠 관리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리자들이 신체 노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진정한 성차별적 콘텐츠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게시물에 나란히 등장하는 타깃 광고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타깃 광고’는 페이스북이 새롭게 도입한 광고 형태로 특정 상품을 살 가능성이 클 것 같은 이용자가 관련 내용을 담은 페이지를 방문하면 자동적으로 그 페이지에 해당 상품의 광고가 나타나도록 고안된 광고.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좋아요’ 통계에 의해 배치되는 광고 시스템에 따라 여성 비하 콘텐츠와 나란히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 캠페인 주최 측은 스카이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도브 등의 기업 광고가 이런 콘텐츠와 함께 노출되고 있는 것을 고발하며 페이스북과 기업에 광고 삭제를 요청했으며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도 성차별적인 내용의 게시물과 나란히 등장하는 타깃 광고를 발견할 경우 신고할 것을 독려했다.

캠페인을 주최한 WAM은 웹사이트(womenactionmedia.org)를 통해 고발한 기업들의 대처 상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 WAM에 따르면 이용자의 신고 이메일이 5000여 통에 이르고 있으며 이미 기업 20여 곳이 페이스북상 광고 게재를 중단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스카이, 도브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이 있었으나 아직 조치가 충분치 못하다”며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요청했다.

캠페인은 트위터상에서도 벌어졌다. ‘#FBRape’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캠페인 관련 내용을 퍼뜨리는 트위터 캠페인에는 이미 5만 명 이상의 누리꾼이 참여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 측에서도 행동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2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콘텐츠 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향상시키고 여성 혐오 콘텐츠 작성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WAM과 에브리데이 섹시즘프로젝트 등 캠페인 주최 측을 초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에브리데이섹시즘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로라 베이츠는 “전 세계 단체와 기업, 개인들이 보여준 이번 캠페인에 대한 지지에 감동받았다”며 “이러한 이슈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WAM의 재클린 프리드먼 사무총장은 “이번 캠페인은 성폭력과 여성 폭력에 대한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며 “이번 노력이 집단행동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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