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독립적이고 경제적 여유까지 갖춘 신여성
전통 가치관 거부… 자유로운 패션에서 연애까지
여성참정권, 경제활동으로 시작… 여성운동의 뿌리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위대한 개츠비’(감독 바즈 루어만)가 화제를 몰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9일 미국에서 개봉한 뒤 2주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에서도 16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의 성공에 맞춰 피츠 제럴드의 원작 소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대두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즈 블로그’는 최근 기사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문제는 ‘플래퍼’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플래퍼’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1920년대 미국에 새롭게 등장한 ‘신여성’을 뜻하는 말. 펄럭거리는 짧은 주름 스커트와 단발머리, 얼굴을 감싸는 모자인 ‘클로셰’로 대표되는 ‘플래퍼룩’ 패션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플래퍼는 단순한 패션 트렌드가 아니라 여성운동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1920년은 80여 년에 걸친 투쟁 끝에 드디어 여성 참정권이 허용된 해다. 1차대전이 일어나고 전쟁터로 떠난 남성들을 대신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이뤄졌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미혼의 젊은 여성들은 자전거와 차를 구입한 뒤 남성의 에스코트를 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또 큐비즘(입체파) 예술의 영향으로 여성적인 ‘S라인’의 패션을 거부하고 코르셋을 벗어던진 채 헐렁한 ‘H라인’의 짧은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플래퍼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에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끼지 않았고, 그래서 여러 남자들과 가볍게 데이트를 하고 사귀며 향락 문화에 빠지기도 했다.

플래퍼의 시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1930년대 대공황이 찾아오자 물질주의 문화는 무너지고 남성과 여성 모두 돈을 아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미국 문화에 끼친 플래퍼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일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 여성들은 더 이상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하고 집을 지켜야 한다’는 이전의 가치관에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이후 여성운동을 일으키는 초석이 됐다.

미즈 블로그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남성의 시선으로 그린 신여성의 모습’에 문제를 제기했다. 남성의 내레이션을 통해 묘사되는 플래퍼에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은 없고 대신 멍청하고 가벼운 여성의 모습으로 “마치 신여성에 반대하는 경고성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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