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차원이라도 여성가족부가 총대 메고
강도 높은 고위 공무원 성희롱 예방교육 시행해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국격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여성 대통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중 성희롱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럽다. 더욱 한심한 것은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오직 내 한 몸 살자고 발버둥치면서 밝힌 궤변과 변명이다.

“인턴 여직원의 엉덩이는 만지지는 않았고 그저 허리를 툭 쳤을 뿐이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는 황당한 자기방어 논리를 펼쳤다. 심리학자들은 윤 전 대변인이 “자기방어를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게 기억을 조작하는 ‘회상성 기억 조작’과 “진실을 감추려고 변명을 하다가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불쌍한 영혼’이 되었다.

앞으로 ‘제2, 제3의 윤창중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회는 조속히 청문회를 열어 의혹을 밝혀야 한다. 청문회의 주목적은 책임 소재 못지않게 특정 사안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왜 늑장 보고가 이뤄졌는지,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종용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는지,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사실을 은폐·축소하려고 했는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와 윤 전 대변인 기자회견 내용이 왜 다른지 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고유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윤창중 청문회’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청문회가 열려야 오히려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윤창중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의 반응은 “대통령의 ‘나 홀로 불통 인사’가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것이었다.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언젠가 사고를 칠 인물”이라고 평판이 극도로 나쁜 윤 전 대변인을 ‘인사 1호’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에서 “인사의 엉뚱한 결과에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했다”며 ‘인사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또 “앞으로 인사위원회를 통해 좀 더 다면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능력을 알아보는 능력”을 의심받게 된 것은 큰 상처로 남는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사건 발생 초기 찔끔찔끔 대응하면서 문제를 키운 면이 있다. 또 청와대 비서진의 놀라울 정도의 판단 착오와 무능함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청와대 비서진이 국민보다 대통령을 더 무서워하고 대통령에게 수시로 불쑥불쑥 들어가 보고할 수 없으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참모와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합리적 해결책을 생산해낼 수 있다.

셋째, 공직자 및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젊은 부하 여직원들에 대한 성추행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한국식 관행과 풍토에도 부분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여성가족부가 총대를 메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장·차관, 고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귀중한 교훈은 누구나 위기를 맞을 때 정직이 최고의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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