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여성스러워진 ‘메리다’의 외모 변신에 거센 항의
“현실적인 롤 모델 메리다, 외모지상주의 희생자 됐다”
감독까지 비난 참여… 디즈니, 웹사이트 사진 교체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제작사인 디즈니가 대중의 항의에 무릎을 꿇었다. 전형적인 ‘예쁜’ 여자로 변한 메리다에 실망해 “원래의 메리다를 돌려달라”는 항의가 빗발치자 ‘디즈니 프린세스’ 웹 사이트에서 새 버전의 메리다 사진을 내리고 원래의 메리다 사진으로 교체한 것이다.

논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메리다를 디즈니의 11번째 공주로 공식 인정하는 행사를 앞두고 ‘디즈니 프린세스’ 웹사이트상에 새롭게 바뀐 메리다 캐릭터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메리다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자기 주도적인 성격과 헝클어진 붉은 머리의 친근한 외모로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온 캐릭터. 하지만 새롭게 선보인 메리다는 잘룩한 허리, 커진 눈과 가슴, 우아한 웨이브에 쇄골이 드러나는 반짝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메리다의 상징과 같았던 활과 화살도 나풀거리는 허리띠로 바뀌었다.

메리다의 외모 변신은 즉시 여성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즈 블로그는 영화의 원제인 ‘브레이브’(Brave)를 이용해 “디즈니의 용감하지(not-so-brave) 못한 성형”이라고 비꼬았고, 인터넷 뉴스 ‘허핑턴 포스트’는 “메리다가 불필요한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영화의 각본가이자 공동 감독인 브렌다 채프먼도 “메리다는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의 틀을 깨고 여자아이들에게 강하고 현실적인 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창조된 캐릭터”라며 “돈을 위한 뻔뻔스러운 섹시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웹사이트 ‘마이티 걸’(A Mighty Girl)은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인터넷 청원 페이지를 개설하고 “메리다의 변신에 반대하며 원래의 메리다를 돌려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여 약 2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문제가 커지자 디즈니는 웹사이트상에 올려놓았던 새로운 메리다의 사진을 원래 사진으로 조용히 교체했다. 하지만 캐릭터를 변신시키는 디즈니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서 한동안 비난은 계속될 듯하다. 인터넷 여성 뉴스 ‘제제벨’은 “메리다는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지만 같은 종류의 성형을 당한 ‘피해자’인 다른 10명의 디즈니 공주들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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