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외교살롱, 여성·민간외교아카데미 개설도

“국회에서 국방위 활동을 4년 하면서 여성은 외교안보 분야에 참여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직접적인 책임과 역량이 있음을 절감했다. ‘여성의 눈’으로 보니 수십 년 남성들이 방치했던 군인들의 열악한 숙소 현실이 훤히 보여 5000억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가정에서만 봐도 불, 칼 등 위험한 것은 다 여성들이 다루면서도 얼마나 평화롭고 조화롭게 운용하고 있는가.”(이연숙 전 국회의원)

남성들의 독점 영역으로 간주되던 외교와 안보 분야에 뛰어들어 적극적 평화를 이뤄내자는 비전 아래 만들어진 ㈔여성평화외교포럼(이사장 박영숙)이 5월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은덕문화원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포럼은 2006년 시작된 연구모임 1325피스클럽 활동을 거쳐 2012년 3월 정식 발족됐다. 2000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결의안 1325’가 촉구하는 것을 이행, 보급하는 것을 구체적 목표로 하고 있다. 1325는 평화안보 분야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확대, 분쟁 전후 성폭력 등으로부터의 여성 보호,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를 통한 여성폭력 방지,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여성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함으로써 젠더 관점을 주류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행사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유엔의 ‘GET CROSS’ 사이버 캠페인 참여(stoprapenow.org).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적극 나서고 있는 이 캠페인은 “강간을 당장 멈춰라!”는 상징적 촉구를 두 팔을 엇갈려 ‘안 돼!’를 뜻하는 X자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촬영해 함께 올리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은 여성이 이뤄낼 평화 세상에 대한 덕담을 앞다퉈 했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이미 1920년대 조선이 독립하려면 남성들만으론 역부족이니 여성을 교육시켜 여성도 독립투사로 키워내야 한다고 역설한 역사학자 박은식 선생의 말을 인용해 “한반도 통일 역시 여성과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양에선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동양에서는 맹자 시대부터 평화에 대한 여성 역할이 강조돼 왔다”며 여성 평화에 대한 오랜 역사를 거듭 강조했다.

행사 말미엔 은퇴 후 경남 진해로 내려간 구순의 가족사회학자 이효재 선생이 보내온 격려 편지가 장내를 숙연케 했다. 그는 구술편지를 통해 “몇 년 전부터 1991년 북한의 여연구 선생 등 남북한 여성들이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한) 서울토론회를 통해 (46년 만에) 만난 일을 거듭 생각하면서 하루에도 수천 번 ‘남북통일’을 염불 외듯 기도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포럼은 정기적으로 1325포럼을 여는 한편 5월 10일부터 6월 21일까지 청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공외교, 남북협상의 딜레마, 유엔과 글로벌 젠더 이슈 등을 주제로 한 인터뷰 대화 토론 형식의 ‘청년 외교살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가을엔 여성·민간 외교 아카데미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포럼엔 신낙균 최영희 전 국회의원, 이선종 은덕문화원장, 이현숙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조창범 세계유엔협회 부회장,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삼열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대학원장, 강윤희 국민대 교수, 김현경 MBC 기자, 유지나 영화평론가, 이명숙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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