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3.05.02 14:04
  • 수정 2015-07-05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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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야당과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 북한 핵문제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단순한 경색을 넘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통행 제한(4월 3일)→ 노동자 전원 철수(9일)→ 입주 기업 대표단 방북 거부(17일)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원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우리 측 체류 인원 전원의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왜 개성공단 사태를 일으켰는가? 앞으로 개성공단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가 제기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북한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기 때문에 섣불리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를 일으킨 이유가 남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극대화시켜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그러나 한번 깊이 들여다보면 북한이 노리는 것은 대한민국도 아니고 더구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아닐 수 있다. 현재 한반도에서 큰 잡음 없이 평화체제가 유지되길 절실히 바라는 나라는 오히려 중국일지 모른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고조되는 것은 중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지한 북한은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채택한 것 같다. 대한민국과 미국을 때리는 척하면서 실상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향후 중국에 단순한 6자 회담의 주역 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실리를 받아내려고 할지 모른다.

한편 북한은 의도적으로 개성공단 사태를 악화시켜 대한민국 내부에서 여야 , 진보와 보수 등 격렬한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다. 당장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에 있는 모든 근로자나 기업체는 다 북쪽 땅에 있고 북한 법에 기반한 것인데 우리가 마음대로 철수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도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이런 식으로 날려버리고 무슨 수로 경제를 살린단 말이냐”고 했다.

이들의 발언은 마치 개성공단 사태 중단이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발언이지만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서서히 남-남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으로 보인다.

앞으로 개성공단은 크게 한국이 재가동하거나 북한이 자체 가동하거나 폐쇄 후 군사 지역화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연간 87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는 개성공단을 쉽게 접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재가동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인은 기업들의 설비와 거래처”라며 “6~7월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가동은 물건너간다”고 했다.

북한의 예기치 않은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도전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북한이 신뢰를 깨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할 때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작동할지 염두에 둔 플랜 B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 갈등을 차단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과 든든한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만나고 북한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도 제공하는 파격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개성공단 사태뿐만 아니라 여야가 함께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초당적 협력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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