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씨앗, 생태농업 전환도 수월
언니네텃밭 통해 소비자와 연대
2005년부터 강원도 횡성에서 ‘토종 씨앗 지키기’ 운동을 펼쳐온 한영미(46) 횡성여성농업인센터 대표는 토종 씨앗이 ‘돈으로 농사짓는 것’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2011년 토마토의 종자 자급률은 약 15%에 불과해 대부분 외국 기업에서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종자 자급률이 낮아지면 씨앗 가격뿐만 아니라 생산비 전체가 올라가고 그것은 고스란히 농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개량된 씨앗은 비료나 농약을 많이 쳐야 하고, 물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후가 가물면 안 되기 때문에 대체로 물 관리가 잘 되는 곳에서 농사를 지어야 해요. 관정을 파고, 하우스나 관개농업이 잘 된 곳에서 농사를 지어야 수확량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농사를 짓자니 초기 자본도 많이 들어가죠.”
반면 토종 씨앗은 개량종에 비해 수확량은 적지만 농약을 많이 쓰지 않아도 수확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또 토종 씨앗 지키기 운동에 참여하는 농부들은 되도록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원칙을 공유하고 있어 생태농업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토종 씨앗은 수확량이 많지 않고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토종 씨앗 농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토종 씨앗 지키기는 씨앗을 찾고 농사짓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국민 운동이죠.”
여성 농민들은 소비자들과 ‘언니네 텃밭 제철 꾸러미’ 사업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2009년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인 ‘우리텃밭’으로 시작된 언니네 텃밭은 여성 농민들이 생산하고 가공하는 전통 농업 먹거리를 소비자 회원에게 제공하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 15개 생산공동체에 130여 명의 여성 농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언니네 텃밭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횡성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 지금까지 꾸려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횡성 지역에서 토종 씨앗을 지켜오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자도 발간했다.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것이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이웃과 나눴던 교류로 인해 어려운 시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다양성을 지켜 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