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가 셋인데, 가운데 아이가 제일 이기적이어서 그 아이 기르기가 힘들어요.” “어떤 행동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언니 물건에 손대고 동생 것도 뺏고 도대체 양보할 줄을 몰라요.”

한 어머니와 나눈 대화다. 아이 셋 기르기가 얼마나 힘들까 공감하며, “세 아이 중 누가 가장 힘들까요?”라고 질문했더니 머뭇거린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눈치다. 아이 셋을 기르며 엄마가 힘든 것만 생각했지, 아이들 입장을 생각해 보지 않은 듯하다. 세 아이가 한 명밖에 안 되는 엄마를 나누어 가져야 할 때 아이들은 정서적 결핍을 경험한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이므로 어떤 아이도 엄마를 양보하거나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VIP다. 그러니 엄마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누가 그토록 나를 열렬히 좋아해주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 엄마는 고달프다. 세 아이에게 고르게 사랑을 나눠 주기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흔히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 부모들의 이야기는 덜 아픈 손가락도 있고 더 아픈 손가락도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공평하게 사랑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특히 아이들의 출생 순서에 따라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아이들에 대한 대접도 달라진다.

형제가 셋이라면 흔히 가운데 아이가 정서적 결핍을 경험하기 쉽다. 큰아이나 막내에 비해 부모의 주목을 덜 받게 되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위아래로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삶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 때문에 왜곡된 자기애가 발달하기도 한다. 누구도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돌보기 위해 움켜쥐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의 외적인 행동만을 보며 이기적인 아이라고 부정적인 낙인을 주기 쉽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가족의 구도와 출생 순서가 인간의 성격과 생활양식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출생 순서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큰아이에게는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젓함과 어른스러움을 강요하거나, 작은아이에게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것, ‘딸이니까’ ‘아들이니까’라는 낙인을 주는 것 모두 좋지 않다.

형제와의 비교에 의해 생기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은 자존감으로 연결되지 않고 우애를 상하게 하므로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자. 형제간의 경쟁관계에서 형성된 성격은 일생을 통해 재현되며 삶에 영향을 준다.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거나 열등감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를 존재 자체로 바라봐주고 형제 관계에서 상처를 입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모 자유이용권’을 발행해 보면 어떨까? 늘 형제에게 양보하기를 요구해왔다면 하루를 정해 아이가 부모를 실컷 독차지할 수 있도록 아이의 욕구를 받아주고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자. 이런 기쁨을 경험한 아이는 어느 날 ‘자녀 자유이용권’을 부모에게 발행할지 모른다.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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