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4·24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 거물들이 압승했다. 서울 노원병 안철수, 부산 영도 김무성, 충남 부여·청양 이완구 후보가 경쟁 후보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번 재보선은 여야 정치 지형을 뒤흔들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하튼 정치권에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 첫째, 박근혜 정부 초기 민심의 흐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이번 선거는 정부 심판보다는 지역의 특성이 크게 반영된 것이지만 ‘재보선=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재보선 지역구 3곳 가운데 2곳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국회 의석수를 154석으로 늘렸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서 보듯 선거 결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허준영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여전히 유보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이번 재보선의 최대 패배자는 민주통합당이다. 민심은 집권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당초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기초의원을 포함해 단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불임 정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오죽하면 중앙당에 선거종합상황실조차 설치하지 못했겠는가.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조차 이번 재보선 결과가 “민주당을 향한 차갑고 무거운 민심의 바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겠는가. 5·4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는 쉽게 극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이 뼈를 깎는 쇄신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심에 의해 타살돼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셋째, 안철수 후보의 국회 입성은 야권발 정계 개편의 서곡이 될 수 있다. 당장 안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야권 재편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수도권 112석 중 민주당은 서울 30석(62.5%), 인천 6석(50%), 경기 29석(55.8%) 등 총 65석(58.0%)을 차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철수 신당’이 뜨면 민주당 의원들의 ‘엑소더스(집단 탈당)’가 일어나거나 ‘안철수 교섭단체’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안철수가 수도권의 맹주로 급부상해 그와 함께 해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지면 이런 전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 당장 10월 재보선에서 안 당선자와 민주당 간 대결이 분수령이 되고, 첫 전장(戰場)은 호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의 새 정치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적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를 혐오하고 무시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동안 안 당선인은 반(反)정치를 무기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경쟁에서 보듯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반정치 성향은 결국 자신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넷째, 김무성 전 원대대표의 귀환은 새누리당 권력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집권당이 대통령의 눈치만 보면서 청와대에 질질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존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김 당선인이 당장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가지면서 당내 역학관계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문제는 만약 박 대통령이 당내 힘이 있는 곳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힘없는 세력에 미련을 가질 경우 집권당의 불행은 시작된다. 정권을 창출한 친박 세력 내에서 분화가 시작되면서 새 정부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제 재보선은 끝났다. 정치권 모두 선거 민심을 토대로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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