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현경이 여행 중 만난 무슬림 여성 200여 명
노벨평화상 수상자, 베스트셀러 작가, 나일강 여전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평화의 시작
이 땅을 사는 사람들에게 미지의 혹은 두려움의 공간인 이슬람. 이슬람 하면 뇌리를 스치는 몇 가지 단상들. 극단적 근본주의, 테러, 성전(聖戰), 여성 억압, 명예살인 등.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편견 중 대부분은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만 해도 서구가 만들어낸 추악한 거짓말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만 이슬람을 이해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에 있던 신학자 현경은 “다음 세대에 진리를 전수하는 학자이자 교육자로 이슬람 죽이기를 관망할 수 없어” 무작정 이슬람 세계로 떠났다.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현경은 특히 무슬림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들이 꿈꾸는 평화와 정의에 대해 당사자들의 눈과 목소리로 만난 것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자유롭고 자기답게 사는 무슬림 여성 200여 명이 들려주는 영혼의 메시지”가 바로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이다.
현경은 1년 동안 터키,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우즈베키스탄 등 17개 나라를 걸었고,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티마 메르니시, 나일강의 여전사 나왈 엘사다위, 파키스탄 여성인권의 수호신 무크타르 마이 등을 만났다. 물론 그들도 현경의 마음을 매료시켰지만, 그 누구보다 현경이 사랑한 이들은 용기 있게 삶과 일을 꾸려가며 산처럼 든든한 존재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현경은 그렇게 만난 모두가 “신의 정원에 핀 꽃들”이라고 강조한다. 꽃은 한 가지 빛깔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모두 다른 형태와 빛깔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 모두도 각자의 삶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래서 아름답다. 이내 현경은 종교적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다른 모양과 빛깔의 꽃들이 자신의 향기를 뿜고 열매를 맺으며 풍성한 생명을 펼쳐 나가는 것을 격려하고 함께 축하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종교가 말하고 있는 생명나무가 가득한 파라다이스, 낙원일 것이다.”
현경은 이슬람 땅을 밟으며 내내 ‘평화’라는 화두를 붙잡고 있었다.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진정한 평화 말이다. 그들과 살을 맞대면서 현경은 오로지 한 가지 해답만을 떠올렸다. 무슬림들도 자신과, 또 서방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행복하고 존중받는 삶을 살고자 했으며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우며 평화와 정의가 넘치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했다.
현경의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말미에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 그를 있는 그대로 보며 이해하는 것”이며 “그 사람을 그 사람의 세계에서 이해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 생존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현경의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은 이슬람뿐 아니라 나와 타자를 이해하는 좋은 지침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