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고전평론가, 허준 현대판 해석 "'몸'으로 세상 봐야..."
고미숙 고전평론가, 허준 현대판 해석 "'몸'으로 세상 봐야..."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3.04.17 12:24
  • 수정 2013-04-17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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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 진리 현대에 되살려내는 고미숙 고전평론가
“앎과 삶, 몸은 하나, 서로 잘 통해야 행복해”
“현대인은 ‘중독’ 환자들… 열정적으로 일해도 주체성 없이 끌려 다니면 위험”

곳곳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를 넘어 “지금 인문학 아니면 사람이 할 게 없다”고 감연히 말하는 이가 있다. 고전을 통해 현대를 읽는 일련의 작업에 매진 중인 고전평론가 고미숙(53·사진)씨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과 구암 허준에 꽂혀 그들의 책을 다시 현대로 가져와 재해석한 시리즈를 내고, 조선시대 천민으로 대변되는 소외 계층의 삶을 자유와 생명 충만한 사랑으로 다시 읽어낸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등 활발한 비평 생산 작업을 해왔다. 최근엔 동의보감 삼 종 세트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고미숙의 몸과 인문학’(북드라망)을 내놓았다. 근래 수년간 집중해왔던 ‘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고, 그래서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여정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재기발랄한 해석도 관심을 끈다. 그에게서 ‘몸’의 눈으로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각 분야를 조명할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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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양생’ 모르는 현대인 

모두 ‘황제병’ 환자들

그는 인터뷰 내내 유독 ‘양생’이란 말을 많이 썼다.

“‘양생’의 의미? 간단히 말하면 내 삶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자양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우주적 정기를 받아 태어났기에 소위 약골도 잠재력이 굉장하다. 옛 선인들도 말하길 (양생하면) 요절할 사람도 장수하고, 장수할 사람은 신선이 된다고 했다. 이 인간 수명의 핵심은 바로 호흡이다. 일생 사는 동안 호흡을 점차 늘려가는 수련을 해야 한다. 가령, 일정 시간에서 보통 사람의 호흡이 10회라면 약한 사람은 1회 정도로 자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이 다 갈구하는 물질적 성공의 욕망을 따라가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술 외에도 스트레스 등 세상의 온갖 오염을 피하는 자기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양생의 반대는 탐·진·치라 말할 수 있다. 탐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못 놓는 것, 진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생각은 안 한 채 늘 누군가를 원망하고 그래서 분노하는 것, 치는 외부에 자신의 삶을 너무 의존한 나머지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주체성을 상실한 삶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현대인은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 ‘황제병’ 환자라 진단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제들은 왜 그토록 명이 짧고 병을 앓았을까. 기름진 음식에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쓰다 보니 쾌락에 집착하지 마련이다. 이제 현대인은 서민도 다 황제병에 걸려 있다. 스마트폰 KTX 등 문명의 이기로 손가락만 까딱 하면 되는 시대, 어떻게 하면 쾌락을 더 맛볼까 집중하게 된다.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한창 자라는 아이들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최소한 하루 2시간은 몸을 움직이게 해줘야 하는데, 체육 수업조차 없애고 있으니 인터넷·포르노에 중독되는 것 아닌가. 여학생들은 장차 부인병이 심각할 것이다.

의학을 집대성한 허준이 왜 철학자 경지까지 올랐겠는가. 동양의학은 몸과 정신이 같이 조화되는 양생이 궁극적 목적인데, 숱한 치료를 하면서 침으로만 인간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환자 개인 삶의 문제도 같이 탐구하면서 정서적 문제도 함께 봤기에 그의 처방전엔 ‘마음을 비우라’ ‘욕심을 버려라’란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를 치료하는 것이 온전한 치료다.”

청소년들에 대한 그의 염려 기저에는 “낮에 살아 있는 느낌을 못 받는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인식이 자리한다. ‘공부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있지만, 그래서 4당5락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지만, 진짜로 집중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2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졸거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등 어영부영 보내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너무 치명적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때문에 결국은 10년, 20년을 남의 말 안 듣고 집중하지 않는 습관만 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니 사회적 소통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아이들이 지금처럼 몸 순환이 안 되는 상황은 단군 이래 아마 처음일 것이다.”

개인이 몸을 본의 아니게 학대하는 것은, 그에 따르면 사회 전체의 윤리적 균형을 무너지게 하는 시발점이다. 그는 이쯤에서 ‘중독’을 강하게 경계한다. ‘중독’이 꼭 부정적 상황에서만 쓰이는 개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몸 학대하면

윤리도 무너진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중독과 즐거움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중독은 도박, 알코올 등 부정적인 데만 붙는 것은 아니다. 예술, 일에서도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주체성을 상실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상황이 바로 ‘중독’이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과 양생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진짜 어렵게들 살고 있다. 낮엔 활동하고 밤엔 자고 단순히 먹고 단순히 생각하고… 수양이 오히려 쉽지 않은가.”

그는 일전에 한 굴지의 대기업 강연에서 그의 저서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를 중심으로 직장에서 즐거움과 인간적 성숙을 얻으려면 “일터가 수행처가 돼야 한다”며 영적 문제까지도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 논리와는 전혀 다른 얘기를 건넸다. 정작 놀란 건 청중보다 그 자신. 사원부터 임원까지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를 접하면서 “대기업 입사를 열망하지만 정작 들어가면 ‘이게 뭐지?’란 회의 속에서 공동체적이고 공생적 용어를 이제는 기업도 듣는구나”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말끝에 “노동자들 요구도 임금과 복지에 집중돼 있는데, 이렇다면 기업의 논리와 뚜렷이 다른 것이 무엇인가. 서로 생각의 첫 출발이 좋은 삶보다는 물질에 의존한 삶의 조건 개선이라면, 누군가는 어느 쪽이든 이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SBS ‘힐링 캠프’에 나온 강우석 감독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제작자도 겸해 다작에 다수의 히트작을 낸 강 감독이 오후 6시 칼 퇴근을 한다는 말을 듣고 존경스러웠다고 한다.

“영상 일은 대개 밤을 새우며 하는 일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는지… 좋은 습관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조정능력이 생겨났다고 본다. 진짜 프로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굉장히 힘든 일을 하면서도 태평스러워지고 즐거워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몸이 편안해지면 마음이 충만해지기 마련, 지속 가능하게 생산력을 높이려면 물 흐르듯 규칙적인 일상을 살아야 한다.”

이는 실제 그의 작업 경험과도 연결된다. 8월에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올해 1월에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이어서 6월에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지성사 평전 출간을 예정할 정도로 열정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그 비결은 아주 단순하다. 책을 쓸 때 가장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그것. 밤 9시 전에 노트북을 끄고 TV를 보며 망중한을 즐기다가 밤 12시만 되면 잠자리에 든다.

감이당을 비롯해 Tg스쿨, 베어하우스·풀하우스 청년학사, 인문 의역학(醫易學)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는 북드라망에 이르기까지 그를 구심점으로 한 지식 공동체와 네트워크는 상당한 규모다. 이 군락에 “도심에서 유목하기, 세속에서 출가하기, 일상에서 혁명하기, 글쓰기로 수련하기”를 갈구하는 남녀노소가 모여들고 있다. 이 중 80%는 여성. 누구는 이들을 일컬어 ‘공주’(공부하는 주부들)라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젓는다. “공부하는 데 주부와 비주부를 경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별 구별이 안 돼 정작 나 자신도 한 번도 수강생들을 주부로 의식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원래 대중지성 대부분이 여성들인데, 강의에 참여하는 중년 남성들의 반응을 보니 어느 순간 이 대세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즐거운 상상도 한다고 덧붙인다.

그의 지식 공동체 이력은 1990년대 후반 연구 공간 ‘수유+너머’ 시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소수의 국문학 연구자들이 모이곤 하던 작은 공부방은 후에 사회과학자 등 새로운 집단들이 합류하면서 밥상을 함께 나누고 탁구, 산책, 등산, 요가 등 지식 탐험 외에도 일상적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종합적 공간이 됐다. 후에 그는 자신의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통해 “지식과 일상이 하나로 중첩되고 일상이 다시 축제가 되는 기묘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 도시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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