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방송모니터 모임 소개

일시:매주 수요일 오후3시

장소:송파노인종합복지관

내용: -모니터 관련교육

-방송 모니터

-방송 시청취평 나누기

-모니터 보고서 작성 등

담당자:유경 (02-203-9400)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거나 아니면 노인들이 즐겨 본다고 해

서 무조건 노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농촌을 배경으로

농촌 사람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농촌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촌 사람들을 위한 내용을 충실히 담아 내면 서, 동시에 도시인

들에게는 농촌의 현실 문제들을 제대로 알리고 그 해결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는 드라마”, 이것이 나름대로 내린 농촌 드라마에 대한 작

은 정의이다.

KBS 1TV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지켜본 결과 ‘농민들을

울리는 독약’이라는 ‘밭떼기’ 문제를 다룬 ‘잠자는 분노(9월2

일)’를 제외하고는 가끔씩 펼쳐지는 풍경만 농촌일뿐 과연 이것이

농촌 드라마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사소한 일에 온 동네가 나서야 하는가?

동네 젊은이인 창남과 명자 사이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가을에

떠나주마(8월 26일)’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의 사랑에 온 동네 사람

이 다 나서서 시끌벅적 소란을 피운다. 이것이 서로 속내를 다 아는

정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기 보다는, 농촌 사람들을 지나치게 단순

소박한 모습으로 규정하는 데서 오는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사소

한 일을 확대시키고, 좋든 나쁘든 비밀없이 모든 일을 모든 동네가

다 알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남과 명자의 결혼과 그들의 결혼으로 결국 사돈이

된 이웃 사촌들의 미묘한 갈등을 담은 ‘내 마음 너는 몰라(9월 23

일)’에서의 시어머니 마음도 결국 온 마을이 떠들썩하게 다 알아버

림으로써, 어머니의 그 깊은 속울음에 보내는 공감을 오히려 반감시

키고 말았다.

농민들은 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가

다른 작품과 달리 ‘밭떼기’의 폐해와 그것을 알면서도 응할 수밖

에 없는 농민들의 실정을 그린 ‘잠자는 분노’는 ‘밭떼기’에 대

한 이해를 높이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 사람도 아닌 마을의 여러 농민이 ‘수확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어설픈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손해를 감수해야한다는 내용

은 아직도 농민들을 너무 무식하고 어리석은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는 평가도 아울러 받았다. 하물며 주인공 황민달의 큰아들 황대성이

읍내에서 ‘농촌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들선호, 드라마가 부추기는가?

동네 여인의 아들 쌍둥이 출산과 그것을 계기로 강하게 드러난 주

인공 황민달의 아들 욕심을 다룬 ‘재수없는 여자(9월 9일)’는 추

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는 등 조상 공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

지만, 아들 선호 문제에 일침을 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

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새 생명의 탄생에 동네 경사라며 함께 좋아하는

모습은 물론 당연하다. 그러나 쌍둥이를 낳은 산모가 새댁 미영에게

‘여럿도 필요없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으라’고, 외아들

로 자라면서 이웃 쌍둥이 형제와 겨루느라 외로웠던 아버지가 ‘쌍

둥이 아들 갖기가 소원’이었다며 ‘아들들이 내 뜻을 이루어 주기

를’ 바라는 것이 뭐 그리 문제냐고 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아무

리 곱씹어 생각해 봐도 씁쓸한 대목이었다.

드라마의 끝 부분에서 둘째네가 낳은 손녀 소원이를 무등 태우고

‘소원이 만세, 할아버지 만세’를 외치면서 환하게 웃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고생하던 둘째 내외가 만족스럽게 웃는다해서 황민달

의 아들 욕심이 사라졌다고 보는 순진한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내년 범띠해를 앞두고 ‘여아성감별 낙태’를 반대하는 운

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굳이 드라마에서 아들 선호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차라리 딸 쌍둥이의 탄생에 온동네가

축하하고 기뻐하는 상황으로 설정해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제목의

‘재수있는 여자’는 과연 누구인가. 아들 쌍둥이를 낳은 여자인가.

정말 묻고 싶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드라마의 내용과 제목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

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제목 정하기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

여야 하겠다. 또한 생활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성격이 거친 둘째 며

느리 묘순의 말씨가 이미 어느 정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래

서 창남씨라고 불러야 되냐?’, ‘들어오냐?’,‘어쭈’ ‘모르는 소

리 작작해’ 등으로 거침없이 내뱉곤 하는 것이다.

모든 드라마가 사회고발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농촌 현

실을 감안할 때 농촌의 ‘지금’ 이야기를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촌의 지금을 드라마 속에 녹여내 우리 모두의 숙제로 던져줄 때

비로소 농촌 드라마가 도시인에게 전원 생활의 환상을 부풀리는데서

벗어나 제대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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