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경제인연합회 한선옥 경영지원실장
기업-대학 연결고리 역할… "섬세함이 최대 강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이하 전경련)에서 설립 이래 최초로 임원급 여성 실장이 나와 화제다. 한선옥(48·사진)경영지원실장이 주인공이다.
“경제단체가 기업보다도 보수적인 측면이 확실히 강해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해 많은 경제단체가 여전히 여성 임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뿌듯할 뿐더러 책임감도 더 커졌죠. 처음 기회를 잡은 만큼 제가 잘해야 후배들이 많이 생겨나겠죠.” 어찌보면 당연한 인사지만, 한 실장의 이번 선임은 전경련에서 큰 상징성을 가진다. 전경련은 지난 2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대국민 소통과 시장경제 교육기능 강화로 국민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 ‘사회 대통합’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선옥 실장의 첫 직장은 한국경제연구소다. 연구원 신분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석사학위만으로는 승진은 물론 독립적인 연구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00년 전경련으로 둥지를 틀어 벌써 13년 차다. “전경련은 현실과 직접 연관된 새로운 법안, 이슈들을 즉각 파악해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요.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을 대학 교육이 가르쳐주지 않더라고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대학에 요청도 많이 했어요. 한 학기 동안 기업에서 일하면, 학점을 주는 제도를 교육부에 제안했죠. 대학생들이 졸업하기 전 기업에서 직접 일을 해보면서 산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업과 대학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셈이죠. 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제 몫이니까요.”
그에게도 육아는 여전히 힘든 숙제다. 한선옥 실장은 경력단절이 없는 워킹맘이다. 터울이 제법 나는 고등학생,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바로 다시 직장 전선에 뛰어들었다. “큰애는 친정엄마가 봐주셔서 힘든 줄 몰랐어요. 둘째를 낳으니까 상황이 달라지더라고요. 아이를 봐주시는 아줌마가 자주 바뀌게 되면서 불안정했어요. 일하는 여성들이 가장 가슴 아픈 건 집안 살림은 괜찮다 쳐도 ‘자식 교육’이 마음에 걸려요.” 그는 이러한 고민 끝에 큰아이에게 ‘그냥 엄마 집에 있을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의 대답은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였다. 고마웠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에게 나무 같은 존재다.
“지금은 당당히 육아휴직을 제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임신 사실도 숨기곤 했어요. 축하 받아야 할 일인데 눈치가 보였죠. 7~8년 사이 세상이 확 바뀐 것 같아요. 기업문화가 여성을 배려하는 것이 느껴져요. 물론 앞으로 더 확산돼야겠죠.”
똑 부러지는 말투, 업무상 일어나는 갈등 해결 방법도 남다를 듯하다. “업무 지시를 할 때 무조건 명령하지 않아요. 상황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데 힘쓰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조가 돼요.”
한 실장은 여성의 ‘섬세함’은 업무에 있어서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남성들은 앞뒤 살피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에 여자들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주변을 많이 살피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섬세함이 있어요. 그래서 훗날 문제가 생겨 공격을 받을 때 충분히 방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여성 임원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전’을 키워드로 꼽았다. “지금껏 기회가 균등하지 못했지만, 이제 남자 못지않게 기회도 많이 열렸어요. 이런 때일수록 안주하는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도전적’인 마인드가 필요해요. 일을 하다보면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조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창의적으로 도출해야 합니다”